"용돈 궁한 설녀(서울여자)...","컴섹(컴퓨터섹스)할 여자만","총각 좋아하는 유부녀 환영".

1일 새벽 대표적 인터넷업체인 L사의 채팅 사이트에 개설된 대화방 이름들이다.

대화방에 들어가 보면 그야말로 요지경이다.

반말은 예사이고 노골적으로 탈선을 부추기는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는 네티즌도 있다.

호기심에 이곳을 찾았다는 회사원 여모씨(33)는 "욕설이 난무하는 통에 제대로 말 한번 건네보지 못하고 쫓겨났다"며 "오프라인 사회의 부조리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듯 했다"고 전했다.

S사이트,I사이트 등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정보화 역기능이 심각하다.

채팅 사이트가 청소년 탈선과 성인의 불륜을 조장한다는 내용은 이미 고전이다.

명예훼손 사기 저작권침해 등 범죄 수준으로 발전,정보통신윤리위원회 심의에 회부된 불건전 정보사례만 지난해 2만3천여건에 이른다.

불건전 정보는 청소년들 사이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지난달엔 서울 광주 등에서 자살 사이트에 심취한 학생들이 잇따라 자살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최근 대구에서 일어난 사제 폭탄 폭발사건의 범인은 인터넷에서 폭탄 제조법을 배운 멀쩡한 고등학생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기업 정부 단체 등도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다.

외식업체인 S사는 고객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해말 홈페이지에 게시판을 만들었다가 한달도 안돼 폐쇄했다.

"음해성 글이 판을 쳐 도저히 그냥 둘 수가 없었다"고 회사측은 털어놨다.

사이버 비판 문화의 창구로 인식됐던 ''안티 사이트''는 상당수가 정보 왜곡과 욕설의 장(場)으로 변질되고 있다.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는 바이러스 유포나 해킹도 급증하고 있다.

정보보호센터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지난해 5백72건이 발생,99년보다 50% 늘었으며 기업이나 개인 PC에 대한 해킹은 1천9백43건으로 99년의 3배 이상 증가했다.

알려지지 않은채 일어나는 해킹은 적발 건수의 20배가 넘는다는게 정설이다.

문제는 이같은 정보화 역기능을 개선할 현실적인 대책이 없다는데 있다.

대다수 사건이 익명으로 이뤄지는데다 가상공간인 탓에 증거 확보와 추적도 쉽지 않다.

따라서 불건전 정보 및 바이러스 전파,해킹 등이 심각한 범죄 행위라는 사실을 네티즌에게 인식시키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정규 교과를 통해 사이버윤리 교육에 나서야 하며 사회단체나 기업들이 인터넷문화운동을 벌여 사이버 윤리의 중요성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인터넷 실명제의 확대도 필요하다.

비방이나 해킹이 거의 대부분 익명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용자의 70%가 10∼20대의 젊은층인 점을 감안할 때 실명제를 통해 음란 사이트 등과 접촉 차단은 물론 비방등 음해성 정보 유포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불건전 정보 접근을 차단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우수한 콘텐츠를 많이 개발해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또 사이버 윤리 및 법과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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