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민간 경쟁력위원회가 발표한 이번 보고서는 부시행정부의 정책기조에 큰 힘을 실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위원회의 주된 구성멤버들이 기업체와 대학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이들은 무엇보다 클린턴 민주당 정권 내내 그랬듯이 기초적 과학기술과 인력훈련 투자를 확대하지 않는 한 미국 경제의 장기적 전망은 어두울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정책 반영 방향은=부시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감세안에 기업에 대한 감세방안이 있다면 그것은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감세방안이다.

한시적으로 운영돼 왔던 이 투자세액 감면제를 영구화한다는 내용인데,이것은 민간 경쟁력위원회에서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 온 제안이었다.

민간 경쟁력위원회는 또 미국이 장기호황을 한창 자랑하던 97년에 이미 교육시스템의 위기를 지적했고 정보기술(IT)을 비롯 첨단 기술인력의 심각한 부족도 경고했다.

이것은 결국 현실로 나타났으며,부시는 정보기술 인력 이민비자 확대와 교육시스템 개혁을 공약으로 채택했다.

이로 미뤄 보아 기술적 우위에 기초한 미국의 세계적 주도력을 강조한 이번 보고서는 부시의 혁신정책 기조가 될 게 분명하다.

특히 국방연구의 축소로 인해 기초연구의 투자 비중이 줄어든 것도 시정될 것이다.

또 이민비자 확대에만 머물지 않고 미국내에서 인력교육 및 훈련에 대한 청사진도 새롭게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2,제3의 실리콘밸리 등 혁신거점 확산을 위한 인프라도 강화될 게 틀림없다.

◇무엇을 강조했나=이번 보고서는 그동안 미국 경쟁력의 근본 요인은 혁신에 있었다고 강조한다.

IT를 비롯한 신기술 개발과 확산이 건전한 금융정책과 맞물리면서 고용과 부의 창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 경제가 지금 대내외적으로 심각한 위협적 요인을 안고 있다는 이 보고서의 진단이다.

이 보고서는 장기호황으로 인해 미국이 내부적으로 안고 있는 잠재적인 취약점이 은폐돼 왔다는 것을 부각시켰다.

빈부격차 심화,저축률 하락,무역적자 확대와 더불어 교육ㆍ훈련과 연구개발에서의 취약성이 그것이다.

특히 미국의 교육시스템은 갈수록 미국 학생들이 과학이나 공학에 눈을 돌리도록 하는 데 실패하고 있고,정부와 기업들의 기초연구 비중은 현격히 줄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분기별 수익성 성적표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월가의 풍토도 비판했다.

회계보고서에 약간이라도 나쁘게 작용할 수 있는 장기적 연구개발 투자를 기업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외적 위협 요인도 부각시켰다.

경쟁국들의 특허출원이 급증하면서 미국의 절대적 우위가 붕괴되고 있고,IT 분야와 생명기술 등 미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한 경쟁국들의 잠식 속도도 빨라졌다는 것이다.

국제표준에서도 미국이 유럽연합에 밀리는 형국을 우려했다.

이런 대내외적인 위협 요인을 감안해 볼 때 기술과 교육에 미국이 다시 눈을 돌리지 않는 한 미국의 세계적 우위력은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 위원회의 경고다.

◇무엇을 시사하나=기초연구와 교육이 국가간 혁신시스템 경쟁의 관건이자 장기적 성장 원천의 기초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앞으로의 국가간 경쟁은 기초연구와 교육 혁신을 통한 창조성에 달렸다는 얘기다.

지금 당장의 실용적 개발연구,차세대를 위한 응용연구,그리고 미래를 위한 기초연구의 적절한 균형과 연구ㆍ기술인력의 가용성 확보에 한국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현실 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