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서울 방문은 한.러 양국간 경제를 확대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양국은 26일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일리야 클레바노프 부총리가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경제공동위를 열어 양국의 입장을 조율한다.

한반도 평화 구축문제도 남북한과 러시아간 3각 경제협력의 틀 속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즉 한반도 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연계, 구소련 경협차관을 이용한 북한 개발, 이르쿠츠크 가스관의 북한통과 문제 등이 양국의 경제적 이익과 함께 남북 화해, 북한 경제개발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이 다뤄질 예정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23일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회견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베리아 공동 개발, TSR의 연계사업 등 경제협력 문제들이 주로 논의될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의 방문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한 및 러시아 등 3자간 협력방안에 관해 폭넓은 의견 교환의 기회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TSR 연결 =양국은 푸틴 대통령 방한에 맞춰 건설교통부와 러시아 철도부간에 장.차관급이 대표가 되는 철도협력위원회를 구성하고 철도약정을 맺어 구체적인 TSR 연결사업 검토에 나설 계획이다.

남북한 철도와 TSR의 연결사업이 성사될 경우 북한의 개혁.개방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양국은 시베리아 고속철도 사업을 검토하고 한국의 기술 지원 문제도 논의한다.

◇ 나홋카 공단,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 =러시아는 지난 99년 체결됐으나 러시아 세무당국의 반대로 진척되지 못했던 나홋카 한국 전용공단에 관한 법안을 곧 두마(하원)에 상정, 비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규모 1백만평의 나홋카 공단 조성사업은 이미 한국 국회의 비준을 거친 상태여서 러시아두마의 비준이 끝나는 대로 착공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 한.중.러 3국이 공동개발에 합의한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 역시 남북화해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으로, 이번에 가스관 노선문제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가스관의 북한통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경협차관 상환과 방산물자 도입 =18억달러에 달하는 구소련 경협차관 미상환분 일부를 방산물자를 통해 현물상환하는 방안도 주요 의제중 하나다.

양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이 7억달러 상당의 방산물자와 알루미늄 등 원자재를 러시아로부터 도입한다는 원칙에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절반인 3억5천만달러만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경협차관에서 상계처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러시아가 경협차관 일부를 김책제철소 등 북한내 주요 기간산업에 대한 투자로 돌리는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 노후설비의 개량과 개발을 위해 △한국이 재원을 △러시아가 기술을 △북한이 노동력을 제공하는 3각협력 방안이다.

특히 북한의 50만㎾의 전력지원 요청과 관련, 러시아는 북한내 발전소 현대화 가능성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기타 =러시아는 오는 2002년 1월로 예정된 오호츠크해의 외국선박 조업금지 방침을 한국의 명태잡이 어선에 대해서는 예외로 할 수 있다는 의향을 보이고 있다.

또 양국은 지난해 구제역 발생으로 중단된 한국산 돼지고기의 수출문제 등도 논의중이다.

한편 푸틴 대통령 방한기간중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러시아 산업기업가 연맹간 업무협력약정이 체결돼 민.관 차원의 교류협력도 한단계 높아질 전망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