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짜 상품들이 범람하고 있다.

경기가 급격히 꺾이면서 일반인들의 지갑은 가벼워지는 반면 ''가짜''들의 품질이 ''진짜''를 능가할 정도로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뉴욕 LA 등 미국내 대도시에선 루이비통 구찌 버버리 펜디 프라다 등 유명 브랜드제품을 그대로 베낀 상품들의 판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뉴욕의 경우 그동안 가짜의 온상지였던 차이나타운은 물론 고급매장 밀집지역인 ''5번가''의 노점상들도 내놓고 가짜를 판다.

Fakegifts.com 등 인터넷을 통한 판매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미 세관당국은 유명상표 복제품시장을 연간 20억달러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엔 30% 이상의 매출증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짜 상품판매는 10년간의 호황이 마감되면서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기있는 TV시트콤에서 5천달러짜리 펜디 핸드백을 갖고 싶은 여주인공이 이를 노점상에서 1백50달러를 주고 사는 장면이 방영돼 논란이 빚기도 했다.

실제 시장에선 5천2백25달러짜리 헤르메스 핸드백이 3백75달러,4백달러짜리 펜디바지는 40달러,3백~4백달러하는 구찌구두가 1백50달러,5백~6백달러짜리 프라다 여행가방이 1백40달러선에 팔리고 있다.

가짜의 품질향상도 인기를 부채질한다.

LA의 한 고급 부티크주인 다이앤 머릭은 "요즘 모조품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품질이 뛰어나다"며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들도 거의 구별하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가짜의 유행 따라잡기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신제품과 가짜의 시간차는 거의 없다.

지난 여름 유행한 크리스찬디오르의 6백60달러짜리 새들백은 고급 매장에 나온 지 2~3주 만에 거리에서 3분의1 가격에 살 수 있었다.

최근 들어 가짜를 막기 위한 당국의 단속과 진짜 메이커들의 기술개발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프라다는 자사 가방에 진품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자석카드를 부착한다.

미국프로야구연맹(MLB)도 모자 운동복 등 라이선스상품에 공식 홀로그램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하지만 가짜들의 방어망 구축은 더욱 발빠르다.

법망을 피하기 위해 완제품수입에서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방식으로 판매루트를 변화시키고 대상도 옷 가방 시계 위주에서 골프클럽 자동차부품 등 전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미국의 가짜 열기가 쉽게 수그러지지는 않을 것 같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