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가 3개월 만에 다시 금융위기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해말 금융불안으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백억달러 규모의 긴급 구제자금을 지원받은 적이 있는 터키는 정치불안 등으로 주가가 폭락하고 금리가 폭등하는 등 금융공황으로 치닫고 있다.

◇현상과 원인=터키 증시의 주가는 21일 18.1% 떨어지는 등 지난 3일동안 무려 30%나 대폭락했다.

하루짜리 콜금리는 이날 한때 7천5백%까지 치솟으면서 전날보다 약 5천4백%포인트나 솟구쳐 시장을 공황사태로 몰고갔다.

외환보유액도 거의 바닥나 현재 74억달러에 불과하다.

이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은 정치불안에 따른 경제개혁 지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득권층의 부패 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아흐메트 네스데트 세제르 대통령은 19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부패로 얼룩진 금융시스템의 개혁이 지지부진하다며 뷜렌트 에제비트 총리를 비난했다.

이에 대해 에제비트 총리는 회의장을 박차고 나와 대통령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등 정치불안이 극에 달했다.

◇대책과 전망=터키 정부는 사태가 이렇게 되자 22일 긴급성명을 통해 1년전 IMF와 합의한 고정환율제도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터키 정부와 중앙은행은 이 조치가 단기금리를 안정시키고 폭락증시를 진정시켜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변동환율제로 돌아간 첫날인 22일 이스탄불 외환시장에선 리라가 1달러당 69만4천리라에서 90만6백리라로 23% 평가절하됐다.

그러나 정치불안이 당장 해소될 기미가 없고 부시 행정부가 국제금융위기에 소극적인 불간섭주의를 선언,미국의 터키사태 대응도 미온적이어서 금융위기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