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다''

1997년말 아시아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미국의 시티은행은 이렇게 외쳤다.

당시 아시아에 진출해있던 다른 외국은행들은 대부분 발을 빼는데 급급했지만 시티은행은 정반대로 저돌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2억달러를 투자해 아시아 8개국에 74개의 신규지점을 설립했다.

어찌보면 당시엔 상당히 무모한 일이었다.

하지만 시티은행은 위기를 기회로 탈바꿈시키는데 성공했다.

현재 아시아시장에서 시티은행카드 사용자수는 7백만명에 육박한다.

이는 1995년에 비해 무려 두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예금고객수도 1천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수익성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1997∼98년 당시 연 11%씩 감소했던 수익은 1999년엔 전년대비 15.6% 증가한 4억4천3백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무려 58.5% 수익이 늘어났다.

경영전문지 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에서 "시티은행의 아시아시장 성공은 외환위기로 지역은행들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진 틈을 이용한 공격적 마케팅 전략이 절묘하게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종합금융업체인 시티그룹의 윌리엄 R 로즈 부회장은 아시아에서 시티은행의 성공배경을 한마디로 요약했다.

"때로는 가장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 가장 큰 기회가 찾아오는 법입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