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이 주식시장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나라 안팎에서 바닥을 모르고 추락해온 반도체 시세가 언제쯤 반등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반도체 경기 침체는 PC를 포함한 컴퓨터 산업의 위축이 초래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10년째 호황을 타던 미국 경기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냉각될 조짐을 보이자 PC 판매량이 줄고 그 결과 반도체를 포함한 IT(정보기술) 산업이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양상이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의 컴퓨터 의존도가 50%를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PC 의존도가 67%에 달한다.

설비투자 및 기술개발로 반도체 공급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PC 판매량이 줄어들 경우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는 등 단숨에 관련 시장이 얼어붙게 된다.

D램 국제 현물 가격이 지난해 7월 이후 4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것도 이런 연유로 해석할 수 있다.

인텔이 지난해말 본격적으로 시판한 펜티엄Ⅳ의 경우 3∼4개월만에 제품 가격이 3분의 1 가량 떨어진 것만 봐도 PC시장 위축이 반도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쉽게 알 수 있다.

비메모리 생산업체들과 반도체를 수탁 조립하는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들도 주문량 감소로 공장 가동률이 뚝 떨어지는 등 고전하고 있다.

◇ 반도체 경기침체 배경 =PC 판매 및 기업들의 IT 투자 위축이 반도체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증권사인 모건스탠리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PC시장 규모는 1억2천5백70만대로 전년 대비 38.6% 증가했다.

PC산업 성장성에 보조를 맞추듯 D램 수요도 60%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판매증가율이 둔화된 PC 경기가 올 1.4분기에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미국 PC시장의 포화로 당분간 반도체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PC 성능을 높이기 위한 업그레이드 수요도 내년께 가서야 일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경기 침체로 멀티미디어 제품 판매가 본격적으로 살아나지 않는 등 PC 대체 수요에 대한 기대감도 한풀 꺾인 상황이어서 반도체경기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 반도체 사업 전망 =올들어 반도체 산업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지만 3.4분기부터는 회복세를 탈 것이란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 부문을 이끌고 있는 황창규 대표는 "D램 가격이 2.4분기를 바닥으로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도 올 4.4분기 D램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현상을 빚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세계 주요 반도체 메이커들이 계획했던 설비투자를 연기하는 방식으로 생산량 조절에 나서고 있어 수급이 안정을 찾아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메리츠증권 최석포 연구위원은 "반도체 가격이 기업들의 총 원가를 위협할 수준까지 근접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D램 현물 가격이 속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와 WSTS(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도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이 상당 수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단기적으로 반도체시장 전망이 어두운 것은 사실이지만 길게 보면 여전히 성장산업이라는데 이견이 없는 듯하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