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로 고객을 대한 것 뿐인데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 1t에서 5t에 이르는 상용 트럭 2백38대를 팔아 최근 "현대자동차 2000년 판매왕"으로 선정된 이상래 차장(45.경남 진주대형지점).

현대차 창사 이래 승용 부문이 아닌 상용 전담팀에서 "세일즈 킹"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업계 안팎으로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승용차 부문의 영업사원들이 워낙 뛰어난 활약을 펼쳐 수상기회가 없었다"며 "최근 경기가 안좋아 승용차 시장이 위축된 탓에 어부지리로 이같은 영예를 안게 됐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지난 86년 9월 현대차에 입사한 이 차장은 첫 3개월 이후 줄곧 상용차 판매만을 해왔다.

92년 이래 매년 평균 2백대 이상을 팔아 지금까지 누적 판매대수 2천1백98대를 기록하고 있다.

95년에는 한달에 40대를 팔기도 했다.

영업 일수로 계산하면 매일 차 1대는 판 셈이다.

그는 요즘도 새벽 5시에 일어나 6시면 집을 나선다.

주요 활동지역인 진주 중앙시장과 농산물 공판장을 돌아다니며 시장 사람들에게 일일이 안부를 묻고 차에 대한 각종 상담을 해준다.

때론 집안의 어려운 일도 함께 얘기하며 고객과의 공감대를 넓혀간다.

이런 모습 때문에 시장 사람들은 "차"하면 이 차장을 떠올리게 된다.

자동차 세일을 하는 친척이 있는 사람까지도 차에 관한 한 그를 찾게 된다고 한다.

"차를 파는 것 보다는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이제껏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차를 사라고 말한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최근 10여년간 매년 2백대 이상의 차를 판매해 지난해 연봉 1억원에 1천만원의 인센티브를 받은 이 차장이지만 그동안 숱한 좌절을 겪었다.

하루 종일 사람을 만나도 차 1대 팔지 못한 적도 많았다.

계약한 고객은 많은데 차가 제때 출고되지 않아 멱살을 잡히는 수모도 당했다.

그때마다 이젠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자신을 잊지 않고 찾아주는 고객이 있었기에 그는 그 많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진주에서 유리판매업을 하고 있는 강영찬씨는 87년 이후 지금까지 이 차장의 고객이다.

조경업을 하는 이양수씨는 그를 통해 15대의 차를 구입하기도 했다.

"벽은 스스로 넘어야 합니다. 결코 남이 와서 허물어 주지 않아요.
능력있는 후배들이 중간에 포기하는 것을 보면 속상할 때가 많아요.
중도에 포기하면 시작을 안하니만 못합니다. 입사했을 때의 꿈과 목표를 버리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

경남대 사학과를 졸업한 이 차장은 쥬리아 화장품 관리부에서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3남4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나 16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해야했던 그에게 당시 회사에서 받는 월급은 생활비로 쓰기에도 모자랐다.

더구나 동생 4명의 교육까지 책임진 터였다.

밤잠도 못자며 몇개월을 고민하던 그는 우연히 신문에 난 현대차 영업사원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했다.

합격은 했지만 어떻게 차를 팔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10곳만 가자"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사람들을 찾아갔지만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

몇달을 아무소득 없이 보냈던 그는 어느날 한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방문하는 곳의 고객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메모한 뒤 2~3일이 지나 안부편지를 보냈던 것.편지가 도착할 때쯤 다시 그 고객을 찾아갔다.

처음엔 쫓아냈던 사람들이 한결 부드러운 태도로 그를 대해줬다.

두세번 더 만났을 땐 상대방이 자신의 사생활까지 털어놓을 정도로 흉금없는 사이가 됐고 결국 그에게서 차를 사기에 이르렀다.

이 차장은 자신에게서 차를 구입한 사람에게 매달 안부편지를 보낸다.

그리고 이틀에 한 번꼴로 전화를 걸어 차에 문제가 없는지,또 사고가 났을 경우 어떻게 처리했는지 등을 물으며 끓임없는 관심을 갖는다.

"생각한 것을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 그리고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겠지요"

그는 "정년인 57살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차를 팔 것"라며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