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 명지대 경영무역 교수 >

30년 가량 지속된 정부주도의 경제개발 과정에서 우리의 금융시스템은 경제개발의 시녀역할을 충실하게 담당해 왔다.

만성적인 자금초과 수요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됐고 이 와중에 은행의 대출을 둘러싼 각종 압력이 성행했다.

이로 인해 누적된 금융부실은 IMF사태를 맞아 한꺼번에 표출이 됐고 공적자금으로 청소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5공화국 이래 상당기간 간직해온 재정흑자 내지는 균형기조가 무너지면서 앞으로 공적자금의 원금과 이자 갚기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1백9조원의 1차 공적자금이 집행됐고 40조원의 2차 공적자금이 집행중인 상태에서 앞으로 3차, 4차 자금조성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돼버렸다.

1차로 투입된 1백9조원의 자금 중 회수불능이거나 의문시되는 부분을 감안할 때 대략 54% 정도, 즉 60조원 정도가 재정비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갓난아기까지 포함해 국민 1인당 1백33만원, 4인 가족 기준 가계당 5백30만원 정도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돈인데 문제는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40년간 쌓인 금융부실은 고스란히 재정부담으로 전가됐고 이 재정부담은 국민 모두 나눠 감당할 수밖에 없게 됐다.

문제는 엄청난 돈이 쏟아부어진 금융기관들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더이상 퇴출될 금융기관은 없을지, 추가부실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소프트웨어적 개혁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관한 의문도 많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끝내겠다고 천명한 2월말은 다가오지만 막연한 불안감은 얼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같다.

관치금융의 청산, 부실기업의 상시적 퇴출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써서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금융기관의 경영정상화 및 흑자기조 정착을 이뤄내야 한다.

최소한 추가 금융부실은 발생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재정건전화를 위해 노력함으로써 다음 세대에게 지워질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힘 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