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금리가 연 5%대로 떨어진 저금리시대를 맞아 이자소득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가계들이 한숨짓고 있다.

은행과 보험사 등의 연금상품에 가입한 사람들은 미래에 탈 연금이 줄지 않을까 걱정이다.

예금금리가 떨어지면 대출금리도 낮아져 전반적인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예금이자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이같은 금리하락이 썩 반갑지만은 않다.

강동구 길동의 김인주(61)씨는 1995년 퇴직과 함께 퇴직금과 그동안 모은 종잣돈을 합쳐 1억5천만원을 은행에 맡겼다.

IMF체제 전까지는 이자금액이 연 10.5% 안팎으로 세금을 빼고도 월 1백10만원 가량을 받아 나름대로 생활할 수가 있었다.

IMF시절엔 금리가 치솟아 한 달에 1백60만원이 넘는 돈을 쥐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세금을 떼고 나면 월 61만원 밖에 안된다.

1억원을 맡긴 사람들이 받는 세후 이자는 같은 기간 중 월 73만원에서 41만5백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김성엽 하나은행 재테크 팀장은 "금리가 떨어지면서 앞으로 생활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하는 이자소득 생활자들이 크게 늘었다"며 "초저금리 시대가 길어질 것에 대비해 집을 팔고 전세로 옮기는 일도 있다"고 들려줬다.

중산층의 노후설계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면 향후 연금수령액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작년 2월 개인연금보험에 가입했던 회사원 이기준(35)씨.10년동안 매달 20만원씩 낸 후 55세부터 연금을 타는 조건으로 들었다.

해당 생명보험회사는 예상배당률을 연 8%로 제시했다.

제시된 금리라면 연금을 타기 시작하는 10년동안의 지급예상액이 8천54만원에 이른다.

그는 최근 가파르게 떨어지는 금리가 우려돼 보험사에 연 8%의 배당률이 여전히 유효한지를 물었다.

대답은 올해의 경우 7% 수준밖에 배당을 못해준다는 것이었다.

7% 배당이 이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10년간 연금 예상액은 6천2백94만원이었다.

당초 예상과는 1천7백60만원의 격차가 났다.

여기에 7% 배당도 지속되리란 보장이 없다는 점이 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생보사들은 작년말까지 판매된 개인연금보험에 대해 6.5%의 확정금리를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지킬 수 있을지 걱정하는 분위기다.

서춘수 조흥은행 재테크 팀장은 "최근 금리가 연 5%대까지 떨어지면서 개인연금 등 장기 금융상품의 노후연금 수령액이 금리가 10%일 때에 비해 3분의2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월 1백만원씩 10년간 납입하고 이후 10년간 나눠 받는 은행 개인연금 상품에 가입할 경우 연 10% 금리시대엔 월 수령액이 2백67만5천원에 달하지만 5% 시대엔 1백64만5천원으로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채권금리가 하락(채권값 상승)하면서 장기 채권을 많이 편입하고 있는 개인연금 상품의 수익률이 연 8%를 유지하고 있지만 요즘 같은 저금리 기조가 2,3년 이상 지속되면 수익률이 5%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민연금 가입자들도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가 계속 이어질 경우 가입자의 연금수령액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는 탓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운용 수익을 수령자들에게 나눠주는 형태이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지면 주식투자 등 다른 분야에서 보전하지 않는 한 그만큼 수령액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퇴직시 평균소득의 60%를 국민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성태.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