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강남의 대한투자신탁증권 지점.

주부 이모(46)씨는 "은행금리가 너무 떨어져 예금을 빼낼 계획"이라며 상담직원에게 안전하고 수익률도 괜찮은 상품을 추천해 달라고 주문했다.

직원은 해외 뮤추얼펀드인 슈로더 펀드에서 운용하는 유로본드(유로화로 표시되는 채권형 상품)에 가입할 것을 권유했다.

그는 "유로화는 통화가치가 상승할 여지가 아직도 충분하다"며 "운용수익 외에 8% 정도의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해외 뮤추얼펀드의 장점을 소개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은행예금 금리가 6%대로 떨어지고 국내 증시가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투자수익 외에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환율이 급상승한 지난해말부터 해외 투자를 문의해 오는 고객들이 급증하고 있다.

개인들이 투자하고 있는 대표적인 해외 자산운용 대상은 해외 뮤추얼펀드.

해외 뮤추얼펀드란 피델리티 등 해외 자산운용사가 국내 투신사나 증권사 등에 펀드 판매를 위탁해 고객의 돈을 끌어 모은 뒤 이 자금으로 미국 유럽 신흥시장 등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돌려주는 것.

한국투자신탁증권의 경우 지난 99년 8월 피델리티 펀드를 판매한 이래 올 1월까지 2천1백21억원어치를 팔았다.

씨티은행도 피델리티와 템플턴이 운용하는 해외 뮤추얼 펀드를 판매해 올 1월말까지 5백20억원의 수탁고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해외뮤추얼 펀드를 취급한 제일투신과 대한투신도 각각 4백19억원과 1백21억원어치를 판매했다.

특히 환율이 불안했던 지난해말과 올초에는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적게는 2천만원에서 많게는 5억원씩 뭉칫돈을 들고 해외 뮤추얼펀드에 가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뮤추얼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제일 신한 등 국내 시중은행들도 판매를 검토하고 나섰다.

특히 고수익 고객이 많은 은행일수록 적극적이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투자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검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98년 개인과 법인의 해외 주식투자 한도가 폐지되면서 증권사를 통해 해외 주식 및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고객들도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종목당 10만달러 이상으로 거래금액을 제한하고 있는데도 해외 증권에 투자하겠다는 고객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대우증권만도 현재 개인 고객들이 해외 주식 및 채권에 투자한 금액이 1억달러 수준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지민 현대증권 이사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해외로 분산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환율 향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환차익만을 노리고 무조건 해외투자를 늘리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