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만장일치로 회장으로 재추대한 만큼 김각중(76·경방 회장) 회장이 연임을 수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차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선출의 실무를 맡고 있는 손병두 부회장은 13일 "지난 12일밤 전경련 회장단·고문단 연석회의 직후 전화를 통해 추대 사실을 김 회장에게 전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그동안 회장 추대를 위한 의견수렴 과정에서도 자신의 연임 쪽으로 재계 의견이 모아지는 것으로 알려지자 몹시 역정을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지난 12일 밤 열린 전경련 회의에 연임고사 의사 표시로 불참한 뒤 13일 낮 신라호텔에서 열린 바가반디 몽골대통령 환영 경제5단체장 오찬행사와 전경련 회관에서 개최된 경제5단체 대국민경제설명회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경방 관계자는 "김 회장이 감기가 아주 심해 행사에 불참했다"며 "경방 사무실에도 출근하지 않은 채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이 전경련 공식행사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것은 드문 일이다.

그는 표면상 감기라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동안 회장직 고사의 뜻을 거듭 밝혀왔음에도 불구하고 회장으로 추대된 데 대한 무언의 항의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차기 회장을 공식 선출하는 15일 전경련 총회에 현직 회장인 김 회장이 불참하기엔 부담이 커 수락 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재계는 기대하고 있다.

김 회장이 전경련 총회에 참석하면 당연히 회장직 수락으로 받아들여져 추대거부 파동은 일단락된다.

전경련 주변에선 재계의 원로이자 합리적인 성격의 김 회장이 하루 이틀 생각을 정리한 뒤 문제가 더 이상 복잡해지기 전에 회장직을 수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회장의 선친인 김용완 전 경방회장도 4∼5대(64~66년)와 9∼11대에 이어 12대(9~12대 69~77년)에 또다시 전경련 회장에 추대되자 화를 내고 3개월이나 회장직 수행을 거부했지만 결국 복귀한 전례가 있다.

만약 김 회장이 참석지 않으면 회장선출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전경련의 위상 자체가 흔들리는 등 문제가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 경우 전경련 회장직이 당분간 공석으로 남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의 연임 거부가 단순히 자신이 고령이라는 점만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현재 재계가 처한 어려운 상황 등을 고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 복귀하는 데 의외로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