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각중 회장 "안맡겠다는데...내 참..."..전경련회장 연임추대에 역정
차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선출의 실무를 맡고 있는 손병두 부회장은 13일 "지난 12일밤 전경련 회장단·고문단 연석회의 직후 전화를 통해 추대 사실을 김 회장에게 전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그동안 회장 추대를 위한 의견수렴 과정에서도 자신의 연임 쪽으로 재계 의견이 모아지는 것으로 알려지자 몹시 역정을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지난 12일 밤 열린 전경련 회의에 연임고사 의사 표시로 불참한 뒤 13일 낮 신라호텔에서 열린 바가반디 몽골대통령 환영 경제5단체장 오찬행사와 전경련 회관에서 개최된 경제5단체 대국민경제설명회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경방 관계자는 "김 회장이 감기가 아주 심해 행사에 불참했다"며 "경방 사무실에도 출근하지 않은 채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이 전경련 공식행사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것은 드문 일이다.
그는 표면상 감기라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동안 회장직 고사의 뜻을 거듭 밝혀왔음에도 불구하고 회장으로 추대된 데 대한 무언의 항의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차기 회장을 공식 선출하는 15일 전경련 총회에 현직 회장인 김 회장이 불참하기엔 부담이 커 수락 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재계는 기대하고 있다.
김 회장이 전경련 총회에 참석하면 당연히 회장직 수락으로 받아들여져 추대거부 파동은 일단락된다.
전경련 주변에선 재계의 원로이자 합리적인 성격의 김 회장이 하루 이틀 생각을 정리한 뒤 문제가 더 이상 복잡해지기 전에 회장직을 수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회장의 선친인 김용완 전 경방회장도 4∼5대(64~66년)와 9∼11대에 이어 12대(9~12대 69~77년)에 또다시 전경련 회장에 추대되자 화를 내고 3개월이나 회장직 수행을 거부했지만 결국 복귀한 전례가 있다.
만약 김 회장이 참석지 않으면 회장선출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전경련의 위상 자체가 흔들리는 등 문제가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 경우 전경련 회장직이 당분간 공석으로 남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의 연임 거부가 단순히 자신이 고령이라는 점만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현재 재계가 처한 어려운 상황 등을 고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 복귀하는 데 의외로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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