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길 < 웹나라 대표이사 >

벤처밸리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벤처빌딩은 정보기술(IT) 등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지원책의 하나다.

도심의 민간빌딩을 벤처기업 집적시설로 지정, 벤처기업에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로 제공할 것을 유도하고 있다.

이에따라 벤처빌딩은 큰 폭으로 늘고 있으며 미국 실리콘밸리에 도전하고 있다.

정부지원과 자연발생적인 힘에 의해 벤처밸리로 자본, 인력, 시스템이 몰려들고 있지만 벤처집적시설에 대한 총체적 인프라는 실로 미비하다.

단순한 예를 봐도 실리콘밸리는 미국내 최고의 대학과 기업들이 인접해 있지만, 강남의 테헤란밸리는 걸어 다니는 것이 빠를 정도로 교통혼잡을 이루고 있다.

한때 벤처는 돈이 몰리는 곳이라는 인식과 함께 고급 유흥가가 빌딩마다 자리잡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벤처빌딩이 진정한 벤처의 보금자리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개선책이 필요하다.

<> 벤처적 업무 환경에 맞게 운영 =벤처인들의 연구나 기획활동은 밤낮이 없는데 벤처빌딩이라는 건물은 철저하게 밤낮을 가린다.

정해진 시간만 지나면 정문을 닫고 통행을 통제한다.

외부 기온과는 관계없이 시간을 정해 냉난방을 하고 주말에는 그것조차도 공급하지 않는다.

한여름에 더위를 참다 못해 입주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에어컨을 설치하려 해도 건물에 흠집이 나는 것을 들어 건물주는 이를 제지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름에는 팔뚝도 내 놓을 수 없는 창문 틈새에 의지해 바깥 바람을 쐬어야 하고 겨울이면 개인용 전열기구를 끌어 앉고 업무를 봐야 한다.

이러 사정은 일반빌딩보다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벤처빌딩 지정 건물일수록 더하다.

최근에 테헤란밸리 주변의 주택을 개조한 집을 벤처업체의 사무실로 사용한다든지 3~4층짜리 건물을 장기임대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은 벤처빌딩이 벤처하기에 편안하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 충분한 공유면적 확보로 업무 활성화 지원 =벤처빌딩은 공용면적을 유용하게 가져가야 한다.

자금력이 부족한 대부분의 벤처는 임대에 투자되는 고정비를 절감하기 위해 최소의 공간을 임대할 수 밖에 없다.

회의실 접견실 휴게실 등은 몇몇 벤처에게만 부여된 특혜일 수도 있다.

지금도 많은 벤처기업 직원들이 복잡한 사무실에서 등을 맞댄채 업무를 하고 있다.

사회 전반의 시각이 벤처기업에 대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도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벤처인들은 사무실을 집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다.

벤처빌딩은 그 안에서 활동하는 벤처인들이 최소한의 근무환경을 확보 할 수 있게 설계되고 구성되어야 한다.

좀 더 욕심을 내자면 체력단련 시설이나 기자실 자료실 등이 있었으면 한다.

<> 유기적 네트워크를 고려한 입주 설계 =벤처기업은 최소의 인력으로 운영되는 기업이기 때문에 외부의 전문인력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벤처기업인에게 네트워크가 중요한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IT 분야의 급변하는 시장변화 속에서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빠른 상황 판단력과 대처능력이 필요하다.

법률 특허 경영 마케팅 홍보 세무 회계 무역 등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또 투자 및 금융사와의 관계도 맺어야 한다.

벤처빌딩에 이러한 관계사들이 함께 입주해 있다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면서 집중적인 지원과 효율적인 아웃소싱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분별하게 입주를 유도하기 보다 시장 확대와 시너지 효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업체들을 전략적으로 입주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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