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보안솔루션 업체인 인젠(대표 임병동,www.inzen.com)은 인력 구성이 특이하다.

카이스트(KAIST)의 해커동아리인 쿠스(KUS) 멤버들이 주축이다.

침입자가 경찰관으로 변신한 셈이다.

남의 회사 보안시스템을 도둑이 담벼락 넘듯 넘나들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인터넷의 어디가 보안에 취약한지를 누구보다 잘 안다.

직원의 절반은 카이스트를 졸업한 전문인력이기도 하다.

이같은 인적구성의 특징을 감안해 회사이름도 인터넷의 "인"자와 해커중에 최고수를 의미하는 "젠(Zen)"에서 한 글자씩 따왔다.

이같은 특이한 인력 구성은 투자 유치때 높은 점수를 받았다.

"뭔가 일을 낼 수 있는 "무서운 아이"들이라는 확신이 섰다"는게 심사역들의 평이다.

IMF 위기 직후인 1998년 2월 회사를 설립했지만 같은 동아리출신이라는 결속력으로 똘똘 뭉쳐 어려움을 극복했을 정도로 조직력도 강한 편이다.

인젠의 기술은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수준이라는 평을 받는다.

역시 "해커"들이 만들었다는 것.

외부 침입을 막는다고 만든 방화벽이 뻥뻥 뚫리기 일쑤인 네트워크를 보호하는 기술이 뛰어나다.

대부분 보안시스템은 설치된 후에도 보안시스템 자체가 해킹당하기도 한다.

경찰관이 강도에 당하는 셈이다.

인젠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해커가 보안시스템이 장치돼 있는 줄을 알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인젠은 이같은 스텔스 기술을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했다.

이 기술이 장착된 네오와쳐ⓐESM은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주최한 아시아 퓨젼 2000에서 "올해의 솔루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런 자체 기술력 역시 투자 유치때 장점으로 인정받았다.

인젠이 SK텔레콤 한미은행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98년말 네오와쳐가 막 출시됐고 추가자금이 필요했었다.

그래서 한솔창업투자에 노크를 했고 한솔창투는 이 회사의 기술력을 인정해 10억원을 선뜻 투자했다.

기술지향적인 기업은 대부분 시장지향적인 상품개발과 마케팅 능력이 처지는게 단점을 꼽히곤 한다.

그러나 인젠은 시장에 대한 타이밍을 중시한다.

현재의 시장수요만이 아니라 미래의 수요를 예측하고 기술및 상품을 개발해 나가고 있다.

가상사설망(VPN:Virtual Private Network), 네트워크관리시스템(NMS:Network Management System), 전사적 인증체계 시장에 진출하려는 계획도 미래지향적 개발과 마케팅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인젠은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도 시작하고 있다.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는 중국에 이미 현지법인을 세웠고 동남아 등으로 해외마케팅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미국과 일본시장을 겨냥, 시장조사를 마쳤으며 일본엔 현지 사무소도 개설했다.

벤처캐피털들이 인젠의 이같은 역량을 인정하고 있다.

초기에 한국개발투자금융에서 투자를 받은 뒤 한솔창투의 자금을 유치한데 이어 2000년에는 미래에셋으로부터 1백80억원이라는 거액을 끌어들였다.

인젠은 설립된지 3년밖에 안됐지만 어엿한 중견 벤처기업 대열로 들어서고 있다.

매출액만 봐도 99년 25억원에서 2000년엔 8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는 2백억원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따라 순익도 99년 5억원에 밑돌았으나 올해는 8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오는 3월 코스닥 등록신청을 앞두고 있다.

(02)560-8800

안상욱 기자 sangw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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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래서 투자했다 >

<> 우수인력과 팀워크 =IMF 위기의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흔들림 없이 팀웍을 유지해 왔고 구성원 대부분이 카이스트 출신으로 우수한 인력구조를 갖고 있다.

<> 자체 솔루션확보 =인터넷관련 보안산업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었는데 외국 솔루션을 국내에 들여와 파는 다른 기업과 달리 자체 솔루션을 확보하려고 노력했고 그 성과를 높이 평가하게 됐다.

<> 미래지향적 개발전력과 마케팅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제품을 뒤쫓아가며 제품을 개발하는 방식을 탈피하고 있다.

시장 트렌드를 면밀히 분석한 뒤 앞으로 급신장이 예상되는 시장에서 주력이 될 제품군을 개발해 왔다.

이런 노력으로 시장이 형성될 때 제품을 출시하는 등 타이밍을 맞추는 개발전략을 쓰고 있다.

안병기 < 한솔창투 벤처투자본부 심사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