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실 신용금고를 인수하는 신용금고에 ''뭉텅이 돈''을 검증 없이 내주고 있어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작년말 대구지역 4개 신용금고가 조일상호신용금고로 합병한 뒤 같은 지역내 아진상호신용금고 등 2개 부실금고를 인수하는데 7백38억원을 7년간 무이자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공적자금 투입전 피인수 신용금고의 출자자 대출과 동일인 여신한도 초과액 등에 대해 회수조치를 하지 않아 그만큼 공적자금을 허비했다는 지적이다.

조일금고에 인수된 아진금고에서는 대주주인 이 모씨에게 59억8천6백만원이 대출된 것을 비롯 모두 1백21억3천6백만원(동일인 여신한도액 포함)의 고객 예금이 불법으로 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11명의 친인척 명의를 차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같은 불법 대출은 작년 12월26일 아진금고가 조일금고에 자산.부채인수(P&A) 방식으로 인수될 때까지 당국에 의해 적발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는 공적자금 투입 전인 작년 10월과 12월 각각 실사를 벌였지만 소규모의 동일인 여신한도 초과분을 적발했을 뿐 출자자 대출 내역은 밝혀내지 못했다.

금감원측은 동일인 여신한도 초과분에 대해서는 상환조치와 함께 관련자를 검찰 고발토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전 아진금고 관계자는 "대주주의 불법대출금을 회수했더라면 아진금고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부실 검사로 공적자금이 헛되이 쓰였다"고 지적했다.

신용금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용금고간 합병과정에서 정부가 대주주의 불법행위를 적발하지 못해 부실 지원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며 "합병을 통한 시장안정이라는 명분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신용금고 합병과정에서 공적자금이 부실하게 사용되지 않도록 관련부처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