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한물간 공장이라도 해외로 잘만 옮기면 보배가 돼 ''효자''구실을 할 수 있다"

올들어 화학섬유 전자부품 가전등 전통 제조업을 중심으로 "크로스 보더(Cross Border:국경을 넘나드는 구조조정)"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요즘 최신 유행인 "크로스 보더" 신기법은 전자업종에서 선뵈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디지털 제품기지는 국내에 두고 "일손에 비해 이익이 많지않은" 아날로그 양산시설만 해외로 밀어내는 것이다.

부가가치가 높으면서 기술력이 요구되는 제품은 국내에서,수익성이 한계에 도달했거나 단종된 제품은 해외에서 각각 생산케함으로써 원가절감과 수출품목 다변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과거에 유행했던 중국 및 동남아 진출과 크게 다른 점은 2가지.

하나는 단순히 생산공장만 이전하는 것이 아니고 자재조달에서부터 디자인기능까지 전부 해외 현지에 맡긴다는 점.

둘째는 고합이나 LG전자등과 같이 해외이전 즉시 매각이나 현지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본사 ''구조조정 촉진제''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부가가치가 낮은 아날로그 부품 생산라인을 중국과 동남아로 이전하기로 했다.

대신 국내공장은 디지털과 광부품 생산거점으로 특화해 생산원가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글로벌 경영체제를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현대전자는 작년말 분사시킨 현대이미지퀘스트를 통해 17인치 이하 모니터제품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옮기고 국내 이천공장은 19인치 이상의 대형모니터와 LCD모니터 생산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전자업체들의 이같은 동향은 노키아 도시바 후지쓰등 해외 선진업체들의 ''크로스 보더''전략에 대응해 이뤄지는 측면도 강하다.

노키아는 최근 아시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 시장 확대를 위해 미국내 생산시설을 멕시코 등으로 부분 이전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일본 도시바는 연내에 일본 아오모리 소재 DVD롬 드라이브 공장을 폐쇄하고 이를 필리핀 공장으로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후지쓰도 일본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라인을 태국과 필리핀의 현지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크로스 보더는 또 국내-해외 뿐만 아니라 해외-해외 공장간에도 시도되고 있다.

LG산전의 중국 대련법인은 오는 3월까지 배전반 몰드변압기등 전력기기 공장을 신축,현재 사용중인 LG오티스 대련법인 공장으로부터 생산라인을 옮겨갈 예정이다.

LG산전 관계자는 "대련은 중국 동북3성의 배후 중심지로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최신 설비가 필요하다"며 "세계적 수준의 품질을 갖춰 올해 1천5백만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사양품목을 ''밀어내기''식으로 크로스 보더를 추진하는 사례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세계 컨테이너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모비스가 컨테이너 생산시설을 완전히 중국으로 옮긴데 이어 고합도 화섬설비 전체를 뜯어 중국 칭다오 현지법인인 ''고합청도유한공사''에 매각키로 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