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국제금리의 동반인하 국면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달초 대만이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내린데 이어 호주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주에는 한국과 일본이 콜금리와 공정할인율을 각각 0.25%포인트, 0.15%포인트 내렸고 유럽도 영국을 필두로 금리를 인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의도한 미국경제의 연착륙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0.5∼0.75%포인트 추가 인하해야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국제금리의 동반인하 추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급한 감은 있으나 금리인하를 단행한 국가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금리인하 시기가 늦었고 정작 증시와 경기부양에는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는 점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그린스펀 FRB 의장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 총재에 대한 신뢰도 예전만 못해지고 있다.

이런 평가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할 수 없지만 몇가지 측면에서는 참고해야 사안이 있다.

먼저 98년 9월말 이후 세계경기 회복은 ''부(富)의 효과''에 따라 민간소비가 주도한 측면이 강하다.

현재 민간소비는 세계소득(GDP) 기여도의 약 60%(선진국 평균 67%)인 점을 감안할 때 주가하락에 따라 ''역(逆)자산 효과''가 나타날 경우 과거보다 세계경기가 빠르게 침체될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작용하는 정보기술(IT) 업종이 세계경제를 주도하다 보니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흐트려 놓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세계경제가 과도한 성장세를 보일때 중앙은행이 ''고성장-저물가''를 이유로 공치사하다 보면 정책시기를 놓치게 된다.

당연하겠지만 부의 효과와 IT업종이 세계경제 성장을 주도함에 따라 경제 전반에 걸쳐 산업·계층간 불균형 현상이 폭넓게 자리잡고 있는 것도 하나의 흐름이다.

이에 따라 모든 산업과 국민들의 경제실상을 정확히 반영해 줄 수 있는 통계지표의 대표성이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각국이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관련 정책당국이 앞날을 미리 읽고 대응하는 선제적인 정책운용 능력(pre-emptive policy)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운용도 과감하게 가져가야 한다.

국가마다 사정이 다르겠으나 이번에 금리인하를 단행한 국가중 0.25%포인트보다는 0.5%포인트 내린 것이 더 나아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동시에 변화된 경제여건과 통계지표의 대표성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해 거시정책 기반위에 미시정책을 활용해야 한다.

이런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독립성을 확실하게 보장받으면서 경제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중앙은행 입장에서도 과거에 비해 달라진 경제현실 파악과 정책운용에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어떤가.

경제는 찬바람이 부는데 중앙은행이 남의 눈치 보기에 바쁘다.

경제 안정을 위해 대통령을 비롯한 관련 당국자들이 한국은행 위상에 대해 한번쯤 따져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