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국과 일본이 양분해왔던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시장에 대만이 본격 가세하면서 세계 LCD시장이 3파전으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있다.

세계시장의 만성적인 공급과잉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도체에 이어 LCD부문까지 과당경쟁에 직면할 경우 국내 전자산업의 수출전략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

LCD 국제가격도 올들어 지속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수출채산성이 나빠지고 있다.

9일 산업자원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업계의 LCD(액정표시장치) 수출은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등의 생산 확대에 힘입어 74억달러 규모로 지난해(58억달러)보다 72.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대만기업들의 진입속도와 투자규모에 따라선 수출실적이 기대에 못미칠 가능성도 없지않아 국내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근 가격동향=작년 1월 개당 5백40달러를 호가하던 14인치 LCD는 최근 4백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국제가격조사 전문기관인 IDC사는 올 연말이면 2백9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1년전 1천4백달러였던 17인치도 현재 7백달러선까지 주저앉았다.

이같은 추세가 올해도 이어질 경우 수출증가에 따른 이익을 상당부분 상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굿모닝증권의 심용재 부장은 "올해 대만의 6개 업체가 한꺼번에 물량을 내놓을 것이기 때문에 14인치 가격은 2백57달러까지,17인치는 4백5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업체들의 수익기반이 아직은 탄탄하지만 나중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만의 도전=산자부는 올해 한국 LCD업체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36%로 수출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만이 지난 99년 시장에 처음 뛰어든 뒤 정부의 세제 감면혜택과 개발비 지원 등에 힘입어 LCD분야 주요 경쟁국의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정부는 오는 2005년 세계 1위를 목표로 정부출자등 파격적인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작년에 세계시장 점유율이 13%에 불과했던 대만은 올해부터 CPT ADT Chimni Unipac Hannstar등 6개 업체가 양산체제에 들어가면서 시장점유율을 23%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20인치 이상의 제품보다는 중소형 LCD시장이 대만업체들에 의해 급속도로 잠식될 전망이다.

조일훈·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