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여성 기업인이 은행의 ''황금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다.

5년전만 해도 여성 기업인들이 은행에서 대출받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웰스파고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뱅크원 퍼스트유니언 프릿보스턴 PNC파이낸셜서비스그룹 등 주요 은행들이 앞다퉈 여성전용 대출 상품을 내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따라 은행대출을 받고 있는 여성 기업인의 비율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 52%로 급증,남성 기업인(59%)과의 격차가 크게 줄었다.

은행들의 여성 기업 고객 확보전이 치열해진 것은 여성 기업이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7∼99년에 여성이 소유한 기업(고용인원 1백명 이상)은 전체 기업수 평균보다 6배나 빠르게 늘었다.

이 기간에 여성 기업수는 1백3% 늘었지만 고용인원은 3백20%,매출은 4백36% 급증했다.

숫자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얘기다.

1999년 현재 여성 기업수는 9백11만개로 전체 기업의 38%에 이른다.

여성 기업인 대출 시장의 잠재력을 맨 먼저 포착한 은행은 웰스파고였다.

이 은행은 1995년 9월 3년간 10억달러 대출목표를 세우고 여성대출프로그램(WLP)을 시작했다.

미국 은행 최초였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10억달러가 동이 났다.

이듬해인 1996년 웰스파고는 대출기금을 10년간 1백억달러로 대폭 늘렸다.

1995년 이 상품을 출시한 이후 2000년 상반기까지 웰스파고는 총 21만8천명의 여성 기업인들에게 78억달러를 대출하면서 마켓리더 자리를 굳혔다.

경영전문지 포천이 발행하는 중소기업 경영전문지 FSB는 6일자 기사를 통해 여성고객 입맛에 맞춘 상품의 차별화가 웰스파고의 성공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웰스파고는 여성 기업인의 경우 가사에 묶여 있는 시간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은행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전화를 이용하도록 했다.

복잡한 사업계획서를 요구하지 않는 대신 3년 이상 동종 업종에 종사한 경력과 경영실적 신용상태 등을 평가,대출조건에 맞으면 48시간 안에 돈을 내주고 전화로 대출금 수령 여부를 확인한다.

FSB는 이 기사의 결론을 이렇게 맺었다.

"여성 기업인 대출시장을 무시하는 은행은 시장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