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신탁(한부신) 처리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5일 열린 회의에서 민주당과 정부, 그리고 채권단은 확연한 시각차를 보였다.

정부와 민주당은 입주예정자와 시공사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채권단은 "신규부담"을 질 수 없다고 맞섰다.

민주당 강운태 제2정조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공기업이라도 경영을 잘 못하면 시장의 힘에 의해 퇴출될 수밖에 없지만 급한 불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며 입주 예정자와 시공업체, 하청업체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강 위원장은 "한부신이 갑자기 부도가 난 것이 아니어서 금융권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은 만큼 채권단이 일정 부분 손실을 부담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이 자리에서 워크아웃 기간을 연장하자고 제안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건설교통부측도 <>워크아웃 기간 연장과 <>채권단 출자전환 등의 방안을 재경부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며 당의 입장을 지원했다.

반면 채권단은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는 기본입장을 고수했다.

한부신에 대한 워크아웃을 지속할 경우 협약 가입기관인 금융기관의 채권만 동결되는 등 피해가 채권단에 집중된다는게 그 이유다.

삼성중공업 같은 건설업체가 미지급금의 지불을 요구하면서 부동산 등을 가압류하면 대처 방안이 전무하다는 얘기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만약 채권단이 신규자금을 지원한다고 해도 이 자금이 경영정상화에 쓰이지 않고 건설업체의 어음을 막는데 들어간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수익이 나는 일부 사업장을 분사하고 한부신은 청산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맞섰다.

그러나 당정이 워크아웃 연장을 강하게 제기하자 일부 채권단 관계자는 그 대안으로 법정관리 검토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채권단은 워크아웃 상태와 마찬가지로 한부신에 신규자금을 지원해야 하고, 법원이 법정관리를 기각하면 곧바로 파산절차에 들어가야 하는 부담이 있으나 별다른 절충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정 및 채권단이 다시 만나 의견을 조율하는 7일 회의에서 어떤 대안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직 정부측에서도 통일된 입장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 시일을 갖고 해결방안을 마련하도록 했으며 민원이 유발되지 않도록 하는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현.김미리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