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유 디지털화 기수 ''DAMA'' ]

미국의 대표적 산학(産學)협동 테크노파크인 노스캐롤라이나주 랄리와 더램 일대의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TP).

수도 워싱턴에서 95번 하이웨이를 타고 남쪽으로 4시간 거리에 있는 RTP의 관문 도시, 캐리의 한편에 섬유산업 정보화 회사인 TC스퀘어사가 있다.

단조로운 2층짜리 빨간 벽돌 건물에 입주해 있는 이 회사는 노스캐롤라이나주가 자랑하는 많은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어 얼핏 회사라기보다는 수도원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웹PDM(Production Data Management) 등 섬유정보화와 관련한 각종 세미나와 강연에 참가하려는 유통업체나 섬유업체 직원, 대학원생들의 열기가 뜨겁다.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도 미국 섬유산업의 정보화를 이끌고 있는 이곳의 동향에 늘 귀를 기울인다.

미국의 섬유산업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TC스퀘어는 섬유산업 정보화 프로그램 DAMA(Demand Activated Manufacturing Architecture)를 통해 세계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TC스퀘어사는 섬유산업을 정보화시키는 방안을 연구하고 그 성과물을 전파하기 위해 미국 섬유회사들이 공동 설립한 비영리법인.

이 회사가 주관하는 DAMA는 면 제조업자에서부터 면방및 화학섬유회사->직물회사->의류회사->판매회사에 이르는 기업들의 공급 사슬을 분석해 협력을 유도하고 각종 소프트웨러를 개발하는 등 기술적인 지원을 해주는 프로젝트다.

지난 85년부터 업계 공동으로 추진한 QR(Quick Response)를 한 단계 발전시킨 것이다.

미국 뉴욕의 월마트에는 카리브해 연안의 온두라스로부터 한벌당 96센트짜리 T셔츠가 수입돼 3달러에 판매된다.

미국 기업들은 높은 인건비 때문에 가격을 아무리 낮춰도 1달러50센트 이하로 공급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월마트는 온두라스 기업 제품보다 QR프로젝트에 참가한 중소기업들의 제품을 선호한다.

공급가격은 비싸지만 온두라스 제품과 달리 예상 판매량의 40%만 구입해도 되고 2주 전에만 주문하면 물건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반응을 보아가며 생산하다 보니 판매되지 않은 제품 비율은 2%에 불과해 온두라스 제품의 평균 29%에 비해 크게 낮다.

재고회전율도 4.48회로 온두라스제품(1.96회)의 배를 넘는다.

결국 최종 투하자본이익률은 QR제품이 4.0%로 온두라스제품의 3.3%를 앞지른다.

최근 TC스퀘어는 온두라스와 미국내 생산을 병행해 이익률을 4.49%로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모든 것이 QR 및 DAMA 덕분에 가능했다고 TC스퀘어의 DAMA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인 짐 러브조이 이사는 말한다.

TC스퀘어는 최근 각 업체들이 인터넷 상에서 생산관련 정보를 분류하고 분석할 수 있는 웹PDM, 섬유나 직물 의류 등을 조달하는 과정에서의 변수들을 투입해 35가지의 지표를 분석해 볼수 있는 소싱 시뮬레이터 등의 프로그램과 기법을 고안해 보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업계 공통으로 원자재를 조달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사이트 소싱몰닷컴(sourcing.com)을 개설해 운용하고 있다.

섬유 관련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DAMA 프로젝트를 교육시키기 위해 고안한 소프트웨어중 하나가 ''텍스타일 게임''.

4명의 참가자들에게 소비자 면방업자 의류업자 판매업자 등 4가지 역할의 놀이를 시킴으로써 정보의 흐름을 이해하게 하고 해결책을 찾는 방법을 터득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TC스퀘어는 이와 함께 인체를 한번 촬영해 4만개의 수치를 잰 뒤 다양한 의상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3차원 보디 스캐너(body scanner), 직물을 가장 효율적으로 재단할 수 있도록 하는 마커 메이킹(marker making) 프로그램, 직물에 천연 염색 수준의 색상을 구현하는 디지털 프린터 등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각종 하위 업종과 시스템을 접목시키는 것도 TC스퀘어의 역할이다.

미국 면 생산업자들이 세운 공동 판매회사인 커튼사의 딘 터너 수석 부사장은 면 생산업자들의 정보제공 프로그램인 EFS(Engineering Fiber Select) 프로그램을 DAMA 프로그램들에 연계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섬유업계는 이같은 TC스퀘어의 섬유산업 정보화 프로그램으로 개발도상국의 저가품 공세에 맞서고 있다.

캐리(미 노스캐롤라이나주)=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