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가족으로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오르면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여성들.

애경그룹 장영신(66) 회장, 신세계 이명희(58) 회장, 동양제과 이화경(46) 사장 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최고 자리에 오른 것은 오너가족이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탁월한 경영능력에다 전문경영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은 ''주부''에서 ''그룹회장''으로 변신한 입지전적인 인물.

지난 70년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장 회장은 애경유지 창업자인 남편(고 채몽인)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경영일선에 뛰어들었다.

그 후 30여년간 장 회장은 애경그룹을 제조업과 유통업분야의 12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키워냈다.

이같은 성공에는 장 회장의 끊임없는 노력이 뒷받침됐다.

미국 체스넛힐대학에서 배운 화학실력은 애경그룹을 일구는데 큰 도움이 됐다.

장 회장은 집 목욕탕에 세계 각국의 세제와 비누를 모아놓고 밤을 새워가며 각종 테스트를 해가면서 자사 제품의 경쟁력을 키워 나갔다.

장 회장은 전경련 첫 여성 부회장과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초대회장을 역임하는 등 여성경제인의 얼굴 역할도 했다.

신세계의 이명희 회장은 철저하게 막후에서 소리없이 활동하고 있다.

남편인 정재은 명예회장과 전문 경영인인 구학서 사장이 대부분의 업무를 맡고 있다.

그러나 백화점의 신규 출점이나 명품 브랜드 유치 등 고급화 전략에 관한 업무에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서울 강남점도 이 회장의 강력한 의지와 지원 아래 10여년 만에 성사될 수 있었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이 회장은 지난 97년 부회장을 거쳐 98년말부터 신세계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화경 동양제과 사장은 말단사원에서 시작해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동양그룹 창업주인 이양구(89년 작고) 전회장의 차녀인 이 사장은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75년에 입사, 구매부 차장과 마케팅 이사 등을 거쳤다.

이 사장은 어릴 때부터 남자 못지 않은 두둑한 배짱과 상황 판단력으로 이 전회장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었다.

89년 마케팅담당 상무 시절 ''초코파이 신화''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 사장은 ''정(情)시리즈''를 기획, 후발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이 광고가 히트치면서 폭발적인 매출 신장을 기록, 초코파이 시장 점유율을 70%로 끌어올렸다.

롯데쇼핑 신영자(59) 부사장은 신격호 롯데 회장의 외동딸로 부친의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80년 롯데백화점 영업이사를 맡은 뒤 롯데백화점을 국내 간판 백화점으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 부사장은 이에 앞서 73년부터 79년까지 롯데호텔의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요즘도 신 부사장은 롯데백화점에 입점하려는 해외 명품이나 주요 패션 브랜드를 직접 결정할 정도로 브랜드의 고급화에 관심을 쏟고 있다.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일처리가 분명하고 판단력이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품본부장을 거쳐 97년부터 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다.

김수찬.최인한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