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민 열풍이 거세다는 소식이다.

그것도 전문직 종사자들과 30~40대 한창 일할 나이의 중견 간부급 직장인들 사이에서 특히 그렇다는 보도다.

가장 인기 높은 행선지는 캐나다라고 하며 이곳으로 가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독립이민, 즉 취업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평균적인 한국인은 물론 이민 당사자들조차 캐나다의 유명 기업 한두군데를 꼽지 못할 정도로 캐나다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이에 오늘은 캐나다 20대 기업을 중심으로 캐나다 재계 현황에 대해 스케치해 본다.

우선 매출액이나 시가총액 면에서 캐나다 최대 기업은 노르텔 네트워크(Nortel Networks Corp.)다.

광통신기기 분야에선 세계 1위, 정보통신기기 전체로는 세계 2위 기업으로서 지난해 9만4천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39조여원의 매출을 올린 시가총액 2백29조원짜리 회사다.

삼성전자와 비교할 때 매출액 면에서 1.5배, 인력 면에서 2.2배, 시가총액 면에서 5배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달리 지난해 4조5천억원의 적자를 내고 지난달 11일 4천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캐나다 기업이지만 미국 자본과 경영진이 통제력을 행사한다.

매출 규모로 따져 캐나다 2위 기업은 지난해 30조원 매출을 올린 시그램(Seagram Company)이다.

캐나다가 지닌 세계 최대, 최우량 수자원이 빚어낸 세계적 양조회사로서 영화와 케이블TV 등 오락 및 미디어사업으로 다각화한 기업이다.

하지만 지난해 프랑스의 비방디에 인수돼 비방디 유니버설로 이름이 바뀌었다.

더 이상 캐나다 기업이 아니게 됐다.

합병 후 술 사업은 지금 제3자에게 분할 매각되고 있는 중이다.

3위부터 20위 사이 18개 기업들을 보면 아홉 곳은 은행이나 보험 금융회사들이고 두 곳은 전화회사며 세 곳은 전기회사, 석유 및 가스 파이프라인회사, 철도회사 등 사회간접자본 회사들이다.

18개중 14개가 모두 규제가 심하거나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 거의 독점으로 운영되는 공기업들인 셈이다.

나머지 네곳은 어업 및 식품가공유통회사인 조지 웨스톤(George Weston Ltd.,5위), 슈퍼마켓 체인 롭로(Loblaw Companies,8위), 세계 3위 전자제품 및 부품 OEM 메이커이자 세계 최대 기내식 메이커인 오닉스(Onex Corporation,11위), 세계 최대 소형 비행기 및 철도차량 메이커인 봄바디어(Bombardier Inc.15위) 등이다.

순이익을 기준으로 한 20대 기업의 면면을 보면 캐나다 재계 판도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최상위 열자리중 일곱 자리가 은행과 보험회사 차지이고 나머지 세 자리는 전화회사 차지다.

11위가 전문지식DB 및 출판회사인 톰슨(Thomson Corporation)이고 12위가 봄바디어다.

그리고 13위부터 20위까지는 석유회사 두 곳, 알루미늄 채굴 및 제조 회사 한 곳, 자동차부품제조회사 한 곳, 철도회사 두 곳, 보험회사 두 곳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알루미늄 회사와 석유회사들의 경우 스위스, 영국 등 외국 기업이 경영권을 쥐고 있다.

종합하면 캐나다의 내로라 하는 회사들은 대부분 은행 통신회사 유틸리티 자원채취 식품 등 독점적 내수기업들이다.

국제경쟁에 노출된 기업들은 다수 외국인 통제 아래 있다.

캐나다의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는 톰슨과 봄바디어, 오닉스 정도다.

한국 경제가 중화학공업 중심이라면 캐나다 경제는 단연 지식과 기술력 중심이란 점도 특징이다.

전문위원.經營博 shin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