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게임기 메이커인 일본 세가의 오카와 이사오(74)회장이 회사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9천억원 이상의 사재를 회사에 출연했다.

최고경영자로서 사업실패의 책임을 친다는 뜻에서다.

오카와 회장은 지난달 31일 "주식등 유가증권 8백50억엔(약 9천3백억원)어치의 개인 재산을 증여형식으로 회사에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지난해 4월에도 제3자 할당 증자분을 개인이 인수하는 방식으로 총 5백억엔을 회사에 제공했었다.

이번 사재출연까지 합치면 총 1천3백50억엔(약 1조4천8백억원)에 달하는 돈을 회사에 희사한 셈이다.

세가측은 "오카와 회장이 주주들에게 더이상 피해를 줘선 안되겠다고 판단해 사재출연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오카와 회장은 게임기및 소프트웨어 불모지였던 일본에서 세가그룹을 창업,세계적인 업체로 키운 업계 대부.

일본 언론들은 오카와 회장이 고희를 넘긴 고령에다 식도암과 투병중인데도 회사를 재건하겠다는 열정이 식지 않았다고 전했다.

세가는 지난 99년말 고성능 가정용 게임기 "드림캐스터(DC)"를 출시,차세대 게임기 시장 선점을 노렸으나 판매부진으로 경영난에 봉착했다.

DC는 출시이후 현재까지 목표치(1천만대)의 절반수준인 5백87만대 판매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문에 세가는 오는 3월말부터 DC의 생산을 중단하고 사업을 철수키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특별손실만도 8백억엔에 달할 전망이다.

세가는 계속되는 사업부진으로 4년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올해도 5백80억엔의 적자가 예상된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