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새벽(한국시간) 날아든 미 금리인하 소식은 낙관과 비관의 메시지를 동시에 던져줬다.

하나는 ''미국경제 침체가 정말 심각하다''는 점이었다.

불과 1개월만에 두번씩이나 그것도 총 1%포인트의 대폭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응급처치에 나설 만큼 미국 경제의 병세는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한달 사이의 1%포인트 인하는 15년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다른 쪽으로 돌려보면 이번 금리인하로 세계 경제가 미국발(發) 경기침체 위기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미국 및 세계경제 상황 =올 1월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의 제조업활동 지수는 41.2를 기록했다.

10년만에 최저치다.

전문가들은 이 지수가 경기후퇴를 가르는 42.7 아래로 떨어졌다는데 주목한다.

1월 한달동안은 미국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에앞서 발표된 지난해 4.4분기 경제성장률도 1.4%에 불과했다.

반년전인 2.4분기때만해도 5.6%의 고성장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초고속 경기급랭''이다.

문제는 미국 쇼크가 세계에 미치는 파장이다.

지난 몇년간 급속히 진행된 미국 주도의 글로벌화 속에서 세계 경제의 대미 의존도는 크게 높아졌다.

미국이 흔들리면 유럽 일본 개도국이 함께 넘어진다.

희미하나마 회복세롤 보이던 일본은 미국 시장이 위축되자 다시 냉각됐다.

정부에서는 올해 1.7%의 성장을 보일 것이라지만 일부에서는 1% 성장도 어렵다고 비관하고 있다.

유럽 역시 미국 쇼크에 독일 경기둔화까지 겹쳐 연초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 총재는 최근 "당초 개도국 경제성장률이 5%에 달할 것으로 봤지만 이를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세계 경제의 3각 기둥(미국 유럽 일본)이 흔들리고 성장엔진(개도국)도 꺼져가자 세계 경기의 동반침체가 오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졌다.

◆ 저금리시대 도래 전망 =이날 월가가 주목한 것은 ''0.5%포인트 금리인하''가 아니었다.

예상됐던 결과였기 때문이다.

눈길을 끈 건 따로 있었다.

''경기둔화로 인해 신속하고 강력한(rapid and forceful) 통화정책적 반응이 필요해졌다''

FRB 발표문에 들어있는 이 한 문장이었다.

월가에서는 이를 두고 ''3월20일 열리는 FRB 정례회의 이전에 또한번 금리를 내릴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5.5%인 연방기금금리가 하반기에는 4%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다른 나라들도 따라갈 공산이 크다.

미 금리인하 직후 홍콩과 필리핀이 곧바로 금리를 0.5%포인트씩 내렸다.

전문가들은 호주와 영국 캐나다도 조만간 0.25%∼0.5%포인트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유럽과 일본도 상반기중 금리인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 세계경제 하반기 회복 기대 =전문가들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둔화되긴 하겠지만 침체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인하와 감세안을 통한 통화.재정 합동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미국 경제가 올 하반기부터는 정상을 되찾아 3%대의 성장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다.

현재 국제유가가 한풀 꺾여 배럴당 20달러대 후반에서 안정돼 있는 점도 하반기 회복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 경제위기만 사라진다면 유럽 역시 올해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여력이 있다.

일본의 경우 회복까지 기대하긴 힘들겠지만 미국시장 침체에 따른 충격을 덜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4.7%(IMF 추산)의 고성장을 구가했던 세계 경제는 올해 침체위기에도 불구하고 3% 이상의 성장을 유지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