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로 백화점 상품권을 왜 살수 없는가.

신용카드사의 가맹점인 백화점에서 카드 소지자에게 상품권을 팔지 않을 경우 여신금융업법 위반이다.

따라서 금융감독원은 최근 "신용카드에 의한 물품 구매를 거부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여신금융업협회에 보냈다.

카드로도 상품권을 살수 있도록 요구한 것이다.

그런데도 백화점은 신용카드 고객에게 상품권을 팔지않고 있다.

신용카드사들도 수수방관하고 있다.

백화점의 신용카드 사용거부가 여신금융업법 위반으로 가맹점 계약해지의 사유임에도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고있다.

법규정과 소비자들의 편익을 무시한채 카드사와 백화점이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측 입장=롯데 신세계 현대 등 대형 백화점들은 신용카드로 상품권 구입을 허용할 경우 상품권 시장이 붕괴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백화점 카드사 소비자 모두에게 결국 손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카드로 상품권 구입을 허용할 경우 선물용 대신 급전을 조달하려는 고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상품권깡(할인)시장까지 생겨날 것으로 일부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백화점 상품권이 할인된 가격에 팔리면 고급선물 이미지에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권면가의 60∼70%에 구입할 수 있는 구두 상품권과 마찬가지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채 주식 회사채를 비롯 도서상품권 문화상품권 등 다른 유가증권의 경우 신용카드 구입이 허용되지 않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백화점 상품권만 구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르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백화점이 상품권 카드판매를 거부하는 것은 현금판매보다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카드구매로 상품권 매출은 크게 늘어나겠지만 상품권 제조비용과 카드수수료율을 포함,액면금액의 5% 이상이 비용으로 들어가 채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

◆신용카드사 입장=신용카드사는 상품권 카드 구입이 허용돼야 한다는 게 대세다.

사용실적이 늘어나게 되고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도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들어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상품권이 ''깡''을 통해 현금처럼 유통될 경우 사실상 현금서비스 한도를 늘리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불경기로 급전이 필요한 회원들의 상품권 깡으로 인해 부실채권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백화점이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음에도 카드사들이 백화점을 드러내 놓고 압박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상품권 시장이 카드사의 전체 사용실적 중 0.5%에도 못미치고 있다는 점도 카드사를 수수방관하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카드사 관계자는 "이 정도 시장을 위해 최대 가맹점인 백화점과 전면전을 치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대신 창구인 여신전문금융업협회를 통해 백화점과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여신전문금융업협회 관계자는 "상품권 카드 구입은 소비자 편익을 위해 마땅히 허용돼야 한다"며 "상품권 깡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결제 한도를 정하는 것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