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산된 14개 벤처펀드(창업투자조합)의 수익률이 밝혀진 것은 현재 1백50개에 달하는 창업투자회사들에 대한 최초의 성적표 공개라는 의미를 갖는다.

연평균 수익률은 단리 기준 18.9%,연 복리 기준 12.8%로 시장금리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벤처투자성격으로 보면 다소 미흡한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창투사의 입장에서도 대부분이 투자성과를 배분받을 수 있는 "허들 레이트(통상 연 복리 기준 10~12%)"를 간신히 넘기거나 이에 한참 미달돼 별 재미를 못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이 성적표는 현재 벤처투자를 늘리려는 연기금과 각종 기관투자가들이 창투사를 선택하는데 주요한 잣대로 작용할 수도 있다.

투자자금을 잘 굴려주는 곳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물밀듯이 밀려드는 해외투자자들도 창투사들의 투자실적(트랙 레코드)을 요구하기 때문에 창투업계에도 실적에 기반을 둔 자연스런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공개된 14개 펀드의 수익률이 펀드별로 천차만별이라 이런 구조조정을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연 1백%가 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간신히 적자를 면한 곳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성적표 공개로 국내 창투사들도 회사 자본금으로 투자하는 원시적 형태를 벗어나 외국처럼 기관투자가 돈을 운영해 주는 펀드매니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펀드수익률이 창투사의 현재 실력으로 보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

대부분 만기 3∼5년짜리로 오래된 펀드들이고 투자가 초기에 집중돼 ''역사적 자료''로서 의미가 더 있을 수도 있다.

여기에 수익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무한기술투자의 메디컬조합은 지난해 자금난을 겪던 메디슨 등이 조기해산을 원해 4년만에 결산을 했기 때문에 다른 펀드와의 수평적 비교 자료로 쓰기엔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

펀드가 여러 기관의 자금을 모아 운영해 주는 특징이 있는데 벤처펀드가 발달하지 않았던 4∼5년전에 모집을 했기 때문에 특정 기관의 자금운영을 대신해주는 성격이 있었다.

자금을 벤처기업에 투자한게 아니고 단기금융상품 등에도 투자해와 창투사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진검승부''의 면모를 가늠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안상욱 기자 sangw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