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31일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한덕수 통상교섭본부장에게 미국이 산업은행의 현대전자 회사채 인수를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배가 아니냐고 항의해 온데 대한 대책을 물었다.

한 본부장은 이에 대해 "정부가 특정기업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WTO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며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대응방안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로버트 죌릭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가 산업은행의 현대전자 회사채 신속인수 조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과 관련,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는 세계무역기구(WTO) 정부 보조금 규정을 준수한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지역통상국장은 "WTO 규정은 특정 기업체에만 지원되느냐와 실제로 재정적 혜택이 있느냐를 기준으로 보조금 여부를 판정하고 있다"며 "이같은 기준을 고려할 때 회사채 신속인수 조치는 보조금이 아니라는 점이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채 신속인수는 현대전자만이 아니라 금융시장 경색으로 인해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겪는 기업은 모두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측이 유독 현대전자에 대해서만 문제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미국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이 현대전자를 견제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정부에 압력을 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구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산은의 회사채 신속인수는 상업적 원리에 따라 이뤄지고 있어 통상마찰의 대상이 아니다"며 "현지 대사관 등을 통해 미국 정부에도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는 죌릭 대표가 이날 철강 수입규제 강화를 위해 미 통상법 201조를 발동할 수 있다고 언급한데 대해 "철강 수입규제 움직임은 클린턴 행정부때도 계속 얘기됐던 것"이라며 통상법 201조가 실제로 발동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