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정치권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한경밀레니엄 포럼 3차회의에선 벤처기업 육성과 구조조정 전망에 대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서갑수 한국기술투자 사장은 "코스닥거래와 관련해 벤처캐피털에 대한 규제가 너무 심하다"고 지적했고 조동성 서울대 교수는 "올해 안에 정부 구조조정을 마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궁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대기업의 벤처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 서갑수 한국기술투자 사장 =벤처기업이 성공하는데 결정적인 것이 벤처캐피털과 코스닥이다.

그런데 벤처캐피털은 사이비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것을 회수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코스닥인데 코스닥 판매물량이 제한되고 있다.

연기금이 벤처펀드에 출자할 수 있도록 했지만 아직까지 연기금 규정을 고치지 않아 출자가 안되고 있다.

지금 2백조∼3백조원 가량의 여유자금이 있다는데 이를 활용해 어려움에 빠진 기업을 살려야 한다.

◆ 남궁석 민주당 정책위의장 =벤처업계에서 생각이 앞선 사람들이 정부를 설득하면서 제도를 하나하나 짜내야 한다.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 달라.

미국의 경우 좋은 아이디어에 대해 엔젤캐피털에서 자금을 빌려주고 수익모델이 괜찮으면 벤처펀드로부터 더 많은 돈을 투자받는다.

마케팅이나 인수합병(M&A)에도 도움을 받는다.

벤처펀드 구성방식도 다르다.

성공한 기업인들은 언제 회수될지 모르는 자금을 벤처펀드에 넣어둔다.

벤처기업들이 수없이 명멸하더라도 벤처기업 주변사람들은 피해를 보지 않으며 수익모델만 죽을 뿐이다.

산업사회에서 성공한 재벌들이 1백억∼2백억원씩 투자해 벤처펀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세무조사를 받기 때문에 투자를 꺼리고 있다.

벤처 투자에 대해 세무조사를 면제하지는 않더라도 유연성을 둘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스톡옵션을 받으면 실행할 때 세금을 낸다.

우리 정부는 작년에 벤처기업인이 받은 스톡옵션 5천만원어치에 대해서는 10배건 20배건 값이 뛰어도 세금을 받지 않겠다고 했었다.

그러다가 기초공제액을 1천만원으로 낮췄다.

성공한 벤처기업인 2∼3명을 모델로 해서 내린 것이다.

일본법을 참고한 듯한데 이것은 잘못이다.

제도를 많이 고쳐야 한다.

◆ 정병철 LG전자 사장 =신산업을 창출하는데 기업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노동시장의 유연성 문제와 법의 공정한 집행이다.

이런 것들이 해결돼야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잘 될 것이다.

◆ 남궁 의장 =노동유연성이 결국 구조조정을 좌우할 것이다.

불필요한 사업부문을 버리고 인력을 감축하는 일들을 상시적으로 해야 한다.

그때마다 노조와 싸워야 한다면 구조조정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노조의 벽을 뚫지 못한다면 그것은 최고경영자가 아니다.

정부는 노조가 법 테두리 안에서 파업하는 것은 좋지만 그 바깥에서 하는건 제대로 다루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 박웅서 고합 고문 =내년 초부터 선거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구조조정은 올해 안에 끝내야 한다.

문제는 금융기관이다.

50개 금융기관 가운데 담보를 가지고 있는 기관은 5∼6개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무담보다.

구조조정을 위해 값나가는 자산을 매각해도 담보권자가 회수하면 무담보권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다.

따라서 금융채권단이 구조조정에 대해 의사결정한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 남궁 의장 =지금까지 구조조정에 공적자금이 1백조원 넘게 들어갔다.

그런데 어느 은행에 얼마가 들어갔다는 식으로 파악하는 것은 잘못이다.

실제 돈이 지원된 곳은 기업이다.

금융은 중간조직일 뿐이다.

사실 어느 기업에 얼마가 들어갔는지 자료가 나온다면 국민들도 공감했을 것이고 우리 경제의 어느 부분이 잘못돼서 어려워졌는지 실상도 파악했을 것이다.

◆ 조동성 서울대 교수 =정부 자체의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나라 중 구조조정에 성공한 나라는 없다.

48년 이후 기업조직은 매우 많이 바뀌었으나 정부는 그대로다.

올해 안에 고객 중심의 조직으로 바꾸고 중복업무를 없애는 한편 정부 힘을 빼야 한다.

◆ 남궁 의장 =정부 구조개혁은 이미 늦었다.

부실사업부문 하나 정리하는데 1년이 걸린다.

정권초기에 좀더 잘했어야 했다.

지금은 인력을 줄이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부처역할 조정은 어렵다.

◆ 김중수 경희대 아태국제대학원장 =경제부처와 비경제부처의 사고방식이 많이 다르다.

집권당 정책위의장으로서 비경제부처도 경제적 사고방식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 남궁 의장 =우리 사회에는 매우 다양한 사고방식이 존재한다.

어떤 그룹의 목소리가 더 큰가에 따라 제도가 우왕좌왕하는 경우도 있다.

비효율적으로 갈라져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뭉칠 것인가는 앞으로의 과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정리=윤기동 기자 yoonk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