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의 최대 자금공급원인 기업어음(CP) 시장이 움츠러들고 있다.

투자자들은 최근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CP인수를 꺼리고 있으며 특히 만기 30일 이상의 CP는 거의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

1조6천억달러 규모의 CP시장에 경색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부터.그러나 최근의 시장상황은 단기간에 경색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메릴린치의 투자분석가 제럴드 루카스는 "CP시장의 이같은 어려움을 감안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번주 연방기금금리를 0.5%포인트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같은 침체가 장기간 계속될 경우 신용경색은 물론 미국 경제 전반으로까지 파급이 미칠 수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투자자들이 CP구입을 꺼리는 것은 최근 일부 기업들의 실적악화와 이에 따른 신용등급 하향조정 때문이다.

2등급의 투자등급(A2/P2)을 갖고 있는 기업들의 경우 신규 CP발행비용 상승 등으로 특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4일 2등급의 투자등급을 가진 기업과 1등급의 투자등급(A1/P1)을 가진 기업의 CP 금리차는 0.77%포인트에 달했다.

이는 예년의 평균수준(0.25% 포인트)보다 세배 이상 높은 것이다.

최고의 신용등급을 가진 기업의 경우 은행대출시 우대금리를 적용받고 추가의 담보물을 제공할 필요가 없지만 신용등급 하락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상황이 복잡해 진다.

지난해 1등급의 투자등급을 유지했던 루슨트테크놀로지의 경우 10월 신용등급 하향조정 움직임이 전해지자 CP발행비용이 0.8%포인트 이상이 올라갔다.

지난 24일 이 회사가 발행한 CP의 금리는 다른 1등급 기업들보다 1.5%포인트 높았다.

일반적으로 연말께 1등급 기업과 2등급 기업간 CP금리차는 벌어지다 연초가 되면 다시 차이가 좁혀지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이번 경우엔 이런 공식이 통하지 않는 점도 특이한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