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라구요? 명절연휴를 즐길 짬이 어디 있어요"

설 연휴 전날인 22일 오후.모두들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 그리운 얼굴들을 만날 기대로 들떠 있고 TV와 라디오에서는 온통 ''귀성 특집''으로 시끄러운 시간이지만 한 벤처기업의 사무실에서는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 들린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텔슨벤처타워에 있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 프리챌(www.freechal.com).2백여평의 사무실에서는 직원들이 주문받은 인터넷 사이트를 꾸미느라 여념이 없다.

물론 설 연휴는 모두 반납했다.

설날인 24일엔 세배가 아니라 작업 중간점검 회의가 예정돼 있다.

떡국도 없다.

연휴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비상으로 먹을 과자와 음료수,빵 등을 잔뜩 쌓아 놓았다.

최승옥(34) 부사장은 "중소기업과 소규모 자영업체 등에서 요청받은 홈페이지나 전자상거래 사이트 제작작업이 밀려 도저히 연휴를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한다.

여기에다 사업확장 계획까지 진행중이다.

지금까지는 커뮤니티 포털사이트로 자리를 굳히는 데 치중했지만 앞으로는 고객관계관리(CRM) 응용소프트웨어제공(ASP) 등 종합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펴기 위한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른바 ''e-Brand'' 사업이다.

직원들은 막바지 작업을 멋지게 마무리하기 위해 특별 프로젝트를 맡은 팀의 이름을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고 붙였다.

진행중인 일들을 확실하게 끝내 ''뱀의 해에 용으로 거듭나자''는 의미에서다.

이진수(29) 팀장은 이날이 아내의 출산예정일인데도 출근했다.

이 팀장은 ''닷컴 위기론''이라는 용어 자체에 이의를 제기한다.

전 직원이 가장 큰 명절의 연휴를 자진반납하고 일하는 마당에 ''위기''가 비집고 들어올 자리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사실 프리챌 직원들에게는 사무실과 집 간의 구분이 없어진 지 오래다.

''유연한 행동과 사고''는 이들이 가진 최강의 무기.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자신이 진행중인 일에 필요하다면 알아서 일을 할 뿐이다.

공휴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기술개발을 위해 밤을 꼬박 새운 직원들이 사무실 한편에 놓여있는 2층 침대에서 곤히 잠을 자는 모습은 이제 얘기거리도 아니다.

최 부사장은 "도전할 시장을 확실하게 정복하기 위해 무기를 만들어 나가는 즐거움은 벤처기업의 특권"이라며 "벤처위기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그래도 한국의 미래는 쉬지않고 뛰는 벤처에 있다"고 강조했다.

''자유(freedom)''와 ''도전(challenge)''의 영문 앞글자를 딴 프리첼은 지난 99년 4월 자본금 5천만원으로 출발했다.

지금은 자본금 2백80억원에 직원수만도 1백46명으로 커졌다.

요즘 한창 진행중인 ''e-Brand 사업''에는 소니코리아 등 외국계 기업들이 커다란 관심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