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공기업의 불공정 약관에 대한 첫 조사에 나서 소비자들의 권익을 무시해온 17개 공기업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0개 공기업의 약관실태에 대한 전면 조사를 벌인 결과 한국통신 한국전력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감정원 대한석유공사 등 17개 공기업의 약관에서 불공정 조항을 적발했다고 21일 밝혔다.

공정위가 공기업의 불공정 약관을 적발해내긴 이번이 처음이어서 그동안 소비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아온 공기업 약관에 대대적인 수정이 가해질 전망이다.

특히 한국통신과 한국전력은 서비스 중단에 따른 소비자 피해 보상규정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점이 적발됐다.

공정위는 우선 한국통신에 대해 21개 서비스 이용약관의 35개 불공정조항을 삭제.수정하라고 이날 시정 명령을 내렸다.

한국통신은 소비자의 잘못이 없어도 일반 전화는 10시간 이상, 종합통신서비스는 24시간 이상 서비스가 중단돼야 손해배상을 할 수 있다는 불공정 약관을 유지해 왔다.

공정위는 이밖에 <>요금환불 제한 <>자의적인 해지결정 <>임의적 개통일 연기 <>일방적인 가입전신번호 변경 <>최고절차없이 일방적 해지 <>과중한 위약금 부과 조항 등을 불공정하다고 보고 이 조항들을 삭제.수정토록 했다.

공정위는 한국통신을 시작으로 한국전력 등 나머지 16개 공기업에 대해서도 곧 시정조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전은 일방적인 단전과 전력품질 변화로 입은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규정이 지나치게 회사측에 유리하다는 점이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금은 공정위가 불공정 약관을 심사해 해당 약관이 무효하다는 결정을 내려도 소비자는 민사소송을 통해서만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게 돼있다"며 "불공정 약관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약관 관련 집단소송제의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오는 25일 한국통신 포항제철 한국전력 국민은행 주택은행 등 1조원 규모의 부당내부거래 행위가 적발된 5개 공기업에 대해 과징금 부과 등 시정조치를 내릴 계획이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