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차량을 유지하는데는 월 1백만~1백20만원 가량 들어갑니다.
부담은 되지만 그렇다고 기사를 거절하자니 "관행"을 무시하는 것도 같고, "품위" 문제를 거론하는 동료들의 지적도 있어 활용하고 있습니다"

과천 모부처 1급 공무원은 자신에게 배정된 기관의 운전기사를 관리하면서 느끼는 고충을 이렇게 설명했다.

각 부처 1급들의 차량지원방식은 전형적인 "한국식"이다.

차는 개인 승용차이고 기사만 해당부처 소속 직원이다.

1급 자리가 공사로 바빠 늦을 때가 많다보니 ''공무원''인 기사들에게 시간외 수당(비용)을 줄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기사들은 낮엔 대부분 쉬고 있지만 퇴근시간인 오후 5~6시 이후에 핸들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1급들이 보상을 해준다.

물론 개인적인 차원이다.

오찬 만찬 약속을 중심으로 움직이다보면 기사들에게 ''밥값''도 따로 주곤 한다.

1급 정도의 고위직급을 유지하는데 드는 품위유지 비용이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처럼 비공식적인 차량운행 지원을 해주다보니 ''업무용''으로 배정된 공무원 운전기사들만 많아진다는 점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간부의 출퇴근 지원을 제외한 순수 업무용으로만 채용한다면 낮에 놀게 되는 기사들이 줄어 현재의 3분의 1 수준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청도 마찬가지다.

국세청의 경우 2급인 국장들까지도 같은 형태로 기사 지원을 해준다.

서기관(4급)인 일선 세무서장도 전용차량이 있는데 그보다 직위가 높은 본청 국장을 지원해 주지 않을 수 없다는 논리다.

공기업이나 산하기관들까지 이런 점은 곧바로 본받는다.

공기업 임원들이 참석하는 회의라도 열리는 곳에는 검은 색의 고급승용차들이 줄줄이 밀려든다.

잘 나가는 민간 기업들이 직위.직급에 관계없이 보직 위주로 차량 지원을 해주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기획예산처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공동으로 주최한 정부개혁포럼에 참석한 스웨덴 관계자의 설명이 인상적이다.

"스웨덴에서 (기사달린) 전용차 타는 사람은 오직 한 명 국왕뿐, 총리도 전용차는 없다"

정부 예산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눈먼 돈''은 기금이다.

매년 50억원을 예산에서 출연받는 여성발전기금은 지난해 여러 여성단체에 사업비로 2억원을 지원했다.

사립학교 교직원연금기금은 강원도 오색 그린야드호텔 등 호텔과 회관 7개소를 운영하다 평가단으로부터 채산성이 맞지 않는 사업운영이라는 지적을,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사업기금은 취미교실과 경로잔치에 돈을 쓰다 재원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지난해 본격 궤도를 탄 남북화해를 뒷받침해줄 남북협력기금은 거의 바닥을 드러내 올해 정부예산에서 5천억원을 또 출연하게 된다.

이처럼 방만한 43개 공공기금의 예산은 올해 1백46조5천억원, 정부예산의 1.5배나 된다.

이런 실상도 기금제도가 이땅에서 시행된지 40년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실시된 기금평가단이 구성되면서 드러난 일각일 뿐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