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법률회사인 클리포드 찬스의 키트 클라크 회장은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은행 분야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으나 기업부문은 기업 분할 등 더 많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영국대사관과 KDI 국제정책대학원이 공동주최한 "한국의 기업구조조정과 국제적 요구"란 주제의 특별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한 클라크 회장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단독인터뷰에서 기업부문의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현재 한국은 구조조정의 우선 순위를 놓고 금융분야를 먼저 해야 할지 기업부문부터 해야 할지에 대해 논란이 많다.

"금융분야는 정부가 내용을 소상히 알고 있다.

그러나 민간기업 분야는 정부가 사업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구조조정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굳이 우선순위를 두자면 금융부문을 먼저 구조조정하고 민간부문으로 옮겨 가는게 순서에 맞다"

-빅딜에 대해서도 정부주도로 해야 한다는 주장과 민간자율에 맡기라는 논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부가 기본 틀은 짜야 하지만 구조조정의 구체적 방법과 내용은 민간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다.

영국의 경험으로 보면 정부가 공기업을 민영화할 때 기본틀만 짜고 정부역할과 민간 역할을 명확히 구분했다.

정부는 민영화 이후 경쟁 정책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전체 틀에 대해서만 책임졌었다.

한국의 경우 대기업그룹 하나가 20개가 넘는 사업을 하고 있는 등 복잡하다.

정부가 이같이 복잡한 사업구조와 사업역량, 전문성 등을 일일이 파악할 수 없다.

기업 내용을 잘 아는 사람들이 주도하는게 효율성이 높다"

-한국의 대기업그룹은 사실상 해체수순을 거쳐 전문화의 길로 가고 있다.

그러나 그룹은 자원의 효율성 측면에서 나름대로 장점이 있는 기업제도다.

지금같은 전문화 해법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각 사업은 개별적인 차원에서 봐야 한다.

사업별로 독특한 조직과 시장의 역학이란게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립적이어야 할 사업들을 상호지급보증 등으로 엮어 놓으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진행중인 해체(segmentation)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경제의 견인차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에 대해 여러 의견이 엇갈린다.

IT(정보기술) 등 하이테크산업 쪽으로 전환하자는 의견과 신산업으로 너무 빨리 전환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있었지만 미국 경제가 하이테크산업 덕분에 10년간 호황을 누렸다는게 일반적인 견해다.

하지만 서로 다른 사회에 한가지 원칙이 적용되는건 아니다.

싱가포르가 하이테크경제로 재빨리 이전, 성공했다고 하지만 그 나라는 제조업 기반이 강하지 않았다.

한국은 아직 전통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런 기본적 자산을 잘 활용해야 한다.

유럽의 경우 전통제조업으로도 충분히 많은 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구조조정 방법으로 외자유치나 공장설비를 해외에 내다파는 크로스 보더 방식 등이 활용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제조업 기반을 약화시키는 길이 되지 않겠나.

"구조조정의 방법론은 다양하다.

경영자가 인수하는 MBO가 있고 자산매각을 위한 유동화 방안도 있다.

한국에는 여러가지 비즈니스를 경험한 경영자가 많이 있으나 특정 경영자가 여러 비즈니스를 잘 운용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럴 경우 자산매각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자산소유자의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종업원과 기술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ABS(자산유동화증권) 등 자산의 증권화시장은 얼마나 커질 것으로 보는가.

"증권화는 구조조정 수단으로 유용하다.

미국 영국 등에서도 자산의 유동화 증권화는 구조조정을 위해 애용되는 기법이다.

한국도 급성장할 것이다"

안상욱 기자 sangw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