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리 < 씽크프리 공동창업자 ken@thinkfre.com >

대부분 벤처기업 창업자는 사업가라기보다 기술자들이다.

그들은 흔히 "지금까지 아무도 내놓지 못한 첨단기술을 개발했다"고 자랑한다.

물론 첨단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내놓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콜롬버스의 달걀"과 같은 상품도 없어서는 안된다.

아니 더 중요하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해내기 쉽지만 꼭 없어서는 안된다.

"콜롬버스의 달걀"같은 상품이 시장에서 결국 승리하기 때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러한 상품을 진통제(Painkiller)라고 부른다.

진통제는 신기술이 아니고 구기술이다.

당연히 맛도 없다.

아스피린의 경우 먹은 후 속도 불편하다.

그렇지만 진통이 심할 경우 이것을 먹지 않으면 고생을 많이 하게 된다.

사람들은 쓴 맛에도 불구하고 아스피린을 먹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상에는 신기술을 이용해 맛도 좋고 광고도 많이 하는 비타민과 보약들이 수천 가지나 있다.

그러나 사람의 무의식 속에는 "머리 아플때는 아스피린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지배하고 있다.

벤처기업에겐 이처럼 고객의 욕구를 잘 이해하고 고객의 입맛에 맞는 아스피린과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케팅능력은 벤처 기업의 생사를 좌우할 수도 있다.

진통제를 창안해 낸다고 모든 기업이 생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유사한 진통제가 시장에 나와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따라서 한 단계 진보된 "진통제"를 만들어내야 한다.

콜롬버스의 달걀도 처음에는 아리송하기만 했던 개념이었지만 알고 나면 간단한 원리에 지나지 않는다.

모방하기 쉬운 유사 제품을 내놓는 것은 그만큼 쉽다는 얘기이다.

벤처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제품을 레벨업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에 진출하려는 한국 벤처기업은 한 단계 높은 "진통제"를 보유하고 그 상품을 마케팅과 영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회사여야만 한다.

상품의 홍보도 마찬가지다.

집중적인,그러나 차별화된,상품의 홍보(positioning message)가 뚜렷한 회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미래의 꿈이 거대하다고 반드시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작은 물건이라도 상품의 메시지가 분명한 상품이 경쟁력을 지닌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흔히 "Elevator Pitch"를 강조한다.

로비에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10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엘레베이터에서 만난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30초의 "product pitch"가 관건이란 얘기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한 단계 진보한 "진통제"가 아닌 경우 가격만으로 경쟁하는 것은 위험하다.

옛말에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이 있다.

"싼 것도 많이 팔면 된다"는 말도 있다.

"저가의 메리트"로 성공한 사례를 자주 접한 한국 벤처기업들은 저가 제품을 가지고 경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기술의 변화속도가 빠른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가격은 큰 경쟁요소가 아니다.

"좋은 물건은 저절로 팔린다"는 것은 상품개발을 막 끝낸 벤처기업가들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시장개발도 벤처기업의 성장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성공한 기업들은 상품개발보다 시장개척에 더 힘쓴다.

특히 미국에 진출하려는 한국 벤처기업에겐 시장 개발이 절실하다.

기술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더라도 상품의 포지셔닝이 분명한 진통제와 같은 상품을 갖고 있는 기업은 성공할 확률이 높다.

안타깝게도 한국 벤처기업중 훌륭한 상품을 갖고 있지만 시장 개척에 미약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시장 개척은 영어 잘하는 한국 교포가 대신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투자유치에 협조한 창투사들의 역할도 제한적이다.

미국 고객을 상대로 미국사회와 산업에 직접 들어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시장침투 방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국시장에서의 승패가 좌우될 것이다.

미국 기업에서 일하면서 미국 고객의 심리와 시장동향을 정확하게 알고 실무 경험이 풍부한 전문인력과 손잡는 것이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