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 낙관론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주가가 마침내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증시를 짓눌러온 기업실적악화 소식이 올들어서는 주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월가의 투자분위기는 비교적 밝은 편이다.

지난주 미 경제의 경착륙 우려와 야후 등 대표 기술주들의 실적악화 경고 속에서도 나스닥지수는 9% 올랐다.

기업실적 악화 추세가 이번 1·4분기에 바닥을 치고 2·4분기부터는 실적이 다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 때문이다.

투자자문사 인디펜던스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의 수석부사장인 존 포렐리는 "이제는 실적악화라는 악재가 증시에서 오히려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실적악화 정도가 지금보다 더 심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시 저변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 증시의 본격적인 바닥 탈출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론이 대세다.

경기침체 우려 등 증시 변수들이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실적과 각종 경제지표가 본격적으로 발표되는 이번주가 미 주가의 바닥 탈출 여부를 가늠할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월가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작년 4·4분기 기업실적이 이번주부터 속속 발표된다.

작년 9월 실적악화 경고와 증권사들의 투자등급 강등으로 기술주 주가폭락의 단초를 제공했던 인텔을 비롯 IBM 마이크로소프트(MS)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시티그룹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주요기업들의 실적이 이번주에 나온다.

월가전문가들은 실적발표 내용이 한마디로 ''실망스러울 것''이라는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시장조사업체인 퍼스트콜은 S&P500기업의 작년 4·4분기 순익증가율이 당초 예상치(10.2%)보다 크게 낮은 4.1%에 그치고 올 1·4분기에는 3.8%로 더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딘위터의 주식트레이딩 부문 사장인 존 올레스키는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는 증시가 바닥을 쳤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며 신중론을 폈다.

자산운용사인 노던트러스트의 펀드매니저인 브로슨도 "기업실적이 이미 주가에 일정 수준 반영된 만큼 이번주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지수와 산업생산(17일),무역수지(19일) 등 경제지표가 주가향방을 가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