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외 통상정책은 당초 우려만큼 공격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교역 상대국에 대한 시장개방 압력 수위는 여전히 높을 전망이다.

미국의 대외 무역정책을 진두지휘할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지명된 로버트 죌릭은 비교적 ''온건한'' 자유무역주의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10년간의 장기호황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정권을 떠맡아 시장 개방 압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죌릭 지명자는 수락연설에서 "시장 개방이 미국 트럼프카드의 ''조커''라고 믿고 있다"고 강조,교역 상대국들에 대해 개방 압력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자유무역이 진전되면 그만큼 미국의 이익이 증대될 것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부시 차기 대통령도 죌릭을 무역대표부 대표에 지명하면서 "미국 상품의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그에게 부여된 주임무가 시장 개방임을 분명히 했다.

무역적자가 늘어나면서 미국 내에서 불공정 수입 상품에 대한 제재 요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도 죌릭의 개방 압력 카드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시장 개방을 통한 공정무역은 역대 공화당 정부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호혜교역 정책의 핵심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죌릭의 무역대표부 대표 지명을 부시 행정부의 ''온건 무역정책'' 시사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이와 관련,영국의 BBC방송은 "비교적 온건파로 알려진 죌릭을 무역대표로 지명한 것은 유럽과 일본 및 일부 개발도상국과의 통상마찰에서 부시 행정부가 극단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죌릭 지명자는 앞으로 일본과는 자동차 및 유통시장 개방문제,중국과는 WTO 가입에 따른 개방 확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에는 철강 및 자동차의 수입 확대를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죌릭 지명자는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 인맥으로 분류된다.

베이커 전 장관이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맡고 있을 당시 그의 행정비서를 지냈다.

펜실베이니아주(州) 스와스모어대에서 문학사를 전공했으며 하버드대에서 공공정책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