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석(52) 시공테크 사장은 틈틈이 장난감을 갖고 논다.

나무로된 공룡조립품과 통에 빽빽히 담긴 철사로 각종 모양을 낼 수 있는 요철장난감 등. 재미있는 잡지도 즐겨본다.

서울 삼성동 시공테크사장실에는 세계 각국에서 발행된 잡지들이 수두룩하다.

이중에는 미국의 "어트랙션"이라는 것도 있다.

개구쟁이 토끼 바니가 펄쩍 뛰고 있는 모습을 비롯해 만화,테마파크,수족관,놀이공원 등 사람의 호기심을 끌만한 내용을 화려하게 담고 있는 잡지다.

점잖은 50대 사장이 이를 탐독한다.

뿐만 아니다.

포퓰러 사이언스,컴퓨터그래픽월드,퓨처리스트 등도 본다.

과학,컴퓨터,디자인,공상,미래에 관한 잡지 등 정기구독하는 해외잡지만 45종에 이른다.

이들 잡지는 창조산업(크레비즈)의 전형적인 기업인 시공테크 임직원의 상상력 창고가 된다.

이 회사는 "최초가 아니면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야외레이저쇼를 한 것도 이 회사다.

88년 서울올림픽에 맞춰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화려한 총천연색 레이저쇼를 펼쳐 많은 사람의 감탄을 자아냈다.

수중에서 입체영상을 촬영한 것도 마찬가지.70mm 돔영상물을 제작한 것이나 경기도 박물관에 하이비전을 선보인 것도 바로 이 회사다.

이 회사는 서울 서대문구청에 추진하는 자연사전시관도 맡아서 작업하고 있다.

소규모 연구실 단계를 넘어 한반도의 과거와 현재의 자연사를 종합적이면서 대규모로 꾸미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옛날에 살던 공룡을 비롯해 한국의 산하를 호령하던 호랑이와 늑대 각종 철새와 나무 등을 실감나게 재현해볼 예정이다.

이 회사가 만든 사이버박물관도 국내에선 처음 선보인 것.이미 백제관과 선사고분관,어린이과학관,불교문화 등 8개 박물관을 완성했고 앞으로 총 1천개 사이버박물관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전시문화사업을 하는 업체이다.

전시관 박물관 역사관을 꾸미는 사업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회사의 생명일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해 장난감구입과 잡지구독 뿐아니라 직원들을 해외전시회에 줄지어 내보낸다.

직원들의 전공도 다양하다.

디자인 건축 컴퓨터 전기 전자 전공자에서 역사학 고고학 심리학 물리 화학 신문방송학 전공자도 있다.

전공박물관을 연상시킨다.

이렇게 복잡한 사업을 해서 매출을 얼마나 올리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난해 4백50억원의 매출(추산치)을 기록했다.

99년보다 37%나 늘어난 규모다.

올해 매출은 7백억원으로 잡고 있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벌이는 사업이 21세기에 급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현실로 가꿔가고 있다.

고려대에서 독문학을 전공한 박사장은 율산을 거쳐 사업가로 변신했다.

그는 지난88년초 시공테크를 인수했다.

그 당시 시공테크는 직원 3명에 슬라이드를 만들던 곳이었다.

이 회사를 국내의 대표적인 전시문화업체로 키웠다.

박 사장은 사업초기 적자에 허덕이며 고생했으나 언젠가는 창조적인 사업이 빛을 볼 것이라며 밀어붙였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제안서를 내고 이것이 속속 채택되면서 성장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끝낸 공사만 각종 박물관의 전시실,기업의 역사관 등 1백건이 넘는다.

"전시사업은 순발력있는 중소기업이 강점을 나타낼 수 있는 분야입니다. 특히 아이디어와 창의성만 있으면 부가가치를 얼마든지 창조할 수 있는 분야지요"

발명특허 7건과 실용신안 44건을 보유하고 있는 시공테크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영상콘텐츠,인터넷진열장,전자방명록 등 다양한 분야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02)3438-0077

김낙훈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