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테크놀러지가 산업은행의 현대전자 회사채 신속 인수를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현대전자를 견제해 경쟁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세계 반도체 업체가 반도체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현대전자의 유동성 위기가 지속되면 반사 이익을 거둘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과거부터 한국 반도체 업계를 견제해 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97년말 외환위기 직후에도 미국 의회와 정부를 찾아다니며 IMF 구제금융자금이 한국 반도체업체로 흘러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이번 주장이 별다른 충돌없이 사그라지지는 않을 것같다.

유럽연합(EU) 조선업계가 한국 정부가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개입,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WTO 제소를 강행하고 있는 것과 유사한 사례가 될 수 있다는게 일부 관측이다.

EU는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들이 대우중공업에 대한 채권을 출자로 전환한 것은 분명한 ''정부 보조금''이라고 주장하며 무역장벽규정(TBR)에 따른 불공정 무역관행 조사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비난이 전혀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논리적으로 반박하면서 단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필요하다면 미국 의회와 무역대표부에도 공식 입장을 표명할 방침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WTO가 금지하는 정부 보조금은 특정 산업분야에 한정되거나 재정적인 이득을 부여하는 경우에 해당된다"며 "산업은행의 채권 인수는 한국 회사채 시장의 회생을 위한 보완책인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