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불안이 또 다시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새해 들어 주가가 상승하고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는 등 불황의 늪에 빠졌던 우리 경제가 다소 원기를 되찾는 듯했다.

연말 극심했던 노조파업의 여진도 어느 정도 가셨다.

그러나 여야 영수회담의 결렬, 구 여권의 정치자금 수사, 국회의원 임대, 정치개혁, 개헌 등 이루 셀 수 없는 메가톤급 이슈들이 쉴새없이 터져 나오면서 정치권은 한치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안개정국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같은 정치불안이 가중되면서 당장 구조조정 등 경제 개혁과제가 차질을 빚고 있다.

임시국회 회기중이지만 상법, 증권거래법, 회사정리법, 연기금 관련법, 담배사업법 등 당장 구조조정에 필요한 산적한 법안들이 정치공방으로 뒷전에 밀려나 있다.

우리 경제회생의 최우선과제로 지적되는 구조조정을 시급히 매듭짓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 계층간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 화합을 유도해야 할 정치권이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의 자민련 이적으로 촉발된 여야의 대립각은 더욱 뾰족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의원 임대''를 통해 자민련과의 공조를 완전하게 회복,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려 했으나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다 자민련 내부의 갈등까지 겹쳐 교섭단체 구성마저 실패했다.

게다가 안기부 자금의 정치권 유입 수사를 둘러싼 갈등으로 정국은 더욱 꼬여버렸다.

막힌 정국을 뚫기 위해 4일에는 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영수회담을 열었으나 오히려 안만나는 것만 못한 결과를 낳았다.

장하성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가 불안하면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그만큼 경제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정치권이 정치 공방과 민생관련 이슈를 분리하는 이성적 판단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