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거목의 아름다운 퇴장"

4일 한국벤처산업의 대부로 통하는 정문술(63) 미래산업 사장이 사장직을 사임하고 홀연히 뒤로 물러났다.

지난83년 미래산업을 창업,한국의 대표 반도체장비업체로 키우고 미국 나스닥시장에까지 상장시킨 뒤 19년만이다.

정 사장의 퇴임은 두가지 점에서 다른 기업인과 다르다.

먼저 경영권 세습을 거부했다.

그리고 남은 일생과 자신의 재산을 생산적 기부문화에 바치기로 했다.

그래서 그의 퇴장은 아름답다.

그는 앞으로 지금까지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일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돈을 버는 일을 열심히 했었지만 이제부터는 돈을 쓰는 일을 할 계획이다.

그저 그렇게 돈을 쓰는게 아니라 제대로 쓰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소유한 주식(5백50여억원.미래산업 총지분의 29.08%)을 전액 기부 또는 자선 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그는 "일회적 소모적 자선이나 기부가 아닌 지속적이고 항구적인 자선,기부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그는 지난해부터 이런 멋진 은퇴를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해 라이코스 코리아를 한 젊은 경영자에게 물려준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

감투를 싫어하는 그지만 유일하게 맡고 있던 벤처리더스클럽회장자리도 작년 여름에 물러났다.

그는 죽음을 삶의 정점으로 파악해 축제로 받아들이라는 "제 장례식에 놀러 오실래요"의 저자인 풀검 목사의 권유를 받아들여 이처럼 멋진 은퇴를 기획하고 출연한 셈이다.

정문술 사장은 한국 벤처기업,또 우리 기업사에 유한양행의 유일한 회장이후 가장 모범적인 기업인 상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직 기술로만 승부해 세계적 벤처기업 미래산업을 일구었다.

중앙정보부의 "잘 나가던" 과장을 지낸 정 사장은 10.26사태 때 해직되고 오직 먹고 살기위해 조그만 공장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부도를 내고 절망끝에 온가족 동반자살을 결심하기도한 전력을 갖고 있다.

우리 기업에 기업윤리가 무엇인가를 몸으로 보여준 기업인이기도 하다.

그는 착한 기업이 성공한다고 생각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

"윗물이 맑아야 한다"."같이 살아야 한다"."초등학교 바른생활에서 배운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정 사장이 항상 밝히는 기업윤리의식이다.

안상욱기자 sangw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