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와 채권 금융기관의 공동 작전이 연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채권단은 3일 쌍용정보통신 지분 매각이라는 자구노력에 성공한 쌍용양회에 1조1천억원의 빚을 전환사채 매입 형태로 출자전환해 주기로 했다.

또 대기업 회사채를 산업은행을 통해 매입, 자금난을 덜어주는 작업도 현대전자를 시작으로 착수하게 된다.

지난해 퇴출기업 발표에서 ''유보 대상''으로 분류됐던 기업들에 대해 ''예외적인'' 조치가 잇따라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 금융시장 살리기 본궤도 =이날 채권단이 발표한 쌍용양회에 대한 금융지원은 시장의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대규모였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을 제외하고는 정상기업에 대한 1조1천억원의 출자전환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위성복 조흥은행장은 이에 대해 "적당히 지원해서 시장의 또다른 의혹을 사는 것보다 확실하게 지원해 근본적인 불신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도 정부가 지난해 밝힌 회사채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라 5일 기업들의 만기회사채를 사주는 작전에 돌입한다.

대상 기업은 현대전자 현대건설 현대상선 쌍용양회 고려산업개발 성신양회 등 6개 기업이다.

자금흐름 상황에 문제가 있어 금융시장에서 ''찍힌'' 기업들이다.

정부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동원해 이들 기업의 만기회사채를 사주면서 기업자금난의 숨통을 틔워줄 예정이다.

◆ 왜 살리기에 나서나 =정부와 채권단의 이같은 전격적인 지원은 ''금융시장 붕괴''라는 공동의 적에 대항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들의 회사채는 65조원 규모에 이른다.

그러나 금융구조조정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탓에 돈은 일부 우량은행으로만 몰리고 있다.

자금경색이 신속히 풀리지 않으면 기업의 연쇄부도로 금융시장마저 언제든지 붕괴할 수 있는 위태로운 처지에 놓여 있는게 현실이다.

더욱이 국내 경기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강세를 보이고 있고 세계 경제에 영향력이 큰 미국마저 경기 경착륙이 우려돼 금융시장은 안팎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의 적극적인 기업 회생지원책은 이같은 상황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즉 경기의 급격한 하강세와 금융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국내 경제에 파급영향이 큰 대기업들을 확실히 살리자는 전략을 수립한 것이다.

◆ 문제는 금융시장의 평가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기업의 만기회사채를 시장에서 원활히 소화해야 기업들의 영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쌍용양회의 구조조정 및 추가지원 계획을 밝힌 조흥은행 주가는 이날 2천2백5원으로 상한가를 쳐 시장의 반응이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기업구조조정이 늦어질 수 있고 정부와 금융기관이 또다시 기업의 잠재 부실을 떠안는 꼴이 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크레디리요네 증권은 "독자생존 능력이 의심스러운 기업의 회사채를 정부 주도로 되사주는 일은 향후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