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져있던 일본 제2의 자동차메이커 닛산이 외국인 사장을 영입한지 1년여만에 연간 2천억엔이 넘는 흑자를 내는 등 경이적인 회복세로 돌아서 세계 산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닛산에 따르면 지난해 4~9월 사이 영업이익이 전년동기에 비해 약 2.3배 증가한 1천3백66억엔을 기록했고,2001년 3월 결산시에는 당기 순익이 2천5백억엔에 이를 전망이다.

이 회사는 작년 3월 결산 당시 사상 최악의 수치인 6천8백44억엔의 적자를 냈었다.

그러나 99년 3월 27일 부임한 곤 사장이 그해 10월 발표한 재생계획(NPR)이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급격한 회복세로 돌아섰다.

재생계획의 골자는 8% 비용 절감과 하청 거래선의 절반 축소,14%의 인원 축소 및 방만한 계열기업과 주식 매각 등이다.

닛산이 엄청난 적자를 단기간에 흑자로 돌려놓은 데는 이처럼 과감한 비용절감 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총 비용의 60%를 차지하는 구매 비용을 작년 4~9월 사이에만 1천4백20억엔이나 절감했다.

당초 목표였던 8%를 이미 넘어선 수준이다.

NPR는 또 99년 10월 현재 1천45개사였던 하청 거래선을 3년내 6백개사로 축소,6천억엔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닛산의 구조조정 효과는 자연스럽게 하청 계열사로 파급되고 있다.

하청회사들은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뒤쫓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외자 등을 유치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인원 축소는 2002년까지 전 세계 닛산자동차 임직원의 14%에 해당하는 2만1천명을 정리하는 게 목표다.

이미 8천8백여명이 닛산을 떠난 것으로 집계돼 있다.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돼 온 계열사 주식과 부동산 매각에 따른 이익도 흑자를 내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곤 사장은 "회사의 역량을 자동차에 집중한다"는 방침으로 당장은 이익을 내고 있는 사업부문이라도 필요없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팔아치웠다.

99년 10월 이후 북미의 정보시스템 업무를 IBM에 아웃소싱했고,후지중공업 주식을 GM에 매각했다.

또 우주항공사업부를 팔아치웠으며 정보시스템 자회사도 일본IBM에 매각 했다.

이런 식으로 총 10여건의 매각 또는 아웃소싱 작업을 진두지휘해 회사 몸집을 줄였다.

곤 사장은 이밖에도 6명의 담당자가 한 차종군씩을 맡아 상품 기획에서부터 디자인.기술.생산.구매.판매를 모두 책임지는 "프로그램 디렉터"라는 독특한 직제를 도입했다.

과장 이상 관리직에 대한 완전 연봉제를 실시했으며 관리직 자격을 5등급에서 2등급으로 압축,승진 속도를 빠르게 하는 등 서구적 조직운영 방식으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닛산 근로자와 일본 재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곤 사장의 경영 스타일이 "과도한 축소균형책"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지만,곤 사장은 "개혁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초심을 흩뜨리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