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경제계를 돌아보면 뜬 별보다 진 별이 압도적으로 많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 일보다는 실망과 불안 배신감을 던져준 일들이 더 많았던 탓이다.

김정태 주택은행장은 한국 금융계에 ''정부가 아닌 주주를 위해 일하는 은행장''의 표본으로 떠오르며 주목받았다.

은행의 수익을 위해 정부의 협조요청을 외면할 줄 알았고 결국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을 다른 은행에 비해 좋게 만들었다는 평을 받았다.

연말께 국민은행과의 합병까지 선언, 뉴스의 초점이 됐다.

김경림 외환은행장도 현대건설의 유동성 부족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경제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화려한 부상보다는 어두운 침몰이 더 많았다.

동방.열린금고 사건으로 금융계를 뒤흔들어 놓은 정현준씨와 진승현씨, 이와 관련해 뇌물수수혐의로 사법처리된 김영재 전 금감위 대변인, 김 대변인과 함께 연루설이 끊이지 않는 이용근 전 금감위원장 등도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퇴진했다.

대우자동차 매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반강제적으로 퇴임한 오호근 전 기업구조조정위원장도 눈에 띈다.

뜬 인물과 간 인물 사이의 회색지대에 있는 사람들로는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 진념 재경부 장관,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이 전 장관은 외환위기 이후 ''개혁의 전도사''로 등장, 초기 금융.기업구조조정을 대과없이 수행했지만 ''잦은 말바꾸기''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고 결국 경질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