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 벤처캐피털이 2001년 투자계획을 줄여잡은 것은 내년 경제가 안개속처럼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코스닥 등 증시회복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를 늘릴 수 없는 건 당연하다.

게다가 일부 벤처캐피털은 코스닥 폭락으로 투자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까지 맞고 있다.

이런 처지에 과감한 벤처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벤처캐피털들이 몸을 사리면서 내년엔 벤처기업들의 "돈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내년 경기 어렵게 본다=경제전망과 관련,66.7%가 내년에도 경기둔화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23.3%는 경기침체가 심화될 것이란 더욱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응답은 10% 뿐이었다.

최근 폭락한 코스닥 등 증시에 대해선 93.3%가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벤처창업에 대해서도 절대 다수인 96.7%가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감소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경제전반의 위축으로 벤처경기도 나빠질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산은캐피탈 같은 곳은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낮은 투자배수로 유망 벤처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라며 내년에는 투자금액을 올해보다 2배이상 늘리기로 했다.

◆인터넷 투자 더 줄인다=업종별 투자계획을 보면 인터넷 기업에 대한 투자를 크게 줄인다는 게 특징.

30대 벤처캐피털은 올해 인터넷 기업에 4백36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내년엔 이를 35%나 줄여 2백84억원만 투자키로 했다.

이에 반해 새 유망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바이오·환경 산업에 대한 투자는 늘리기로 했다.

내년중 바이오·환경에 대한 투자계획은 2백73억원으로 올해 1백79억원보다 53%나 증가시켰다.

또 IMT-2000사업의 영향으로 무선인터넷과 네트워크 장비등 정보통신 분야에도 금년(1천17억원)보다 많은 1천94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규제 풀어달라=벤처캐피털들은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려면 벤처캐피털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부터 철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우려해 벤처기업이 코스닥에 등록하면 벤처캐피털이 일정기간동안 투자지분을 팔지 못하도록 한 록업(Lock-up)제도가 대표적이다.

또 근본적으론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해 벤처투자 분위기를 다시 북돋워야 한다고 벤처캐피털들은 주장했다.

KTB네트워크 김한섭 상무는 "지금은 미래가 불확실해 투자계획을 축소했지만 내년에 코스닥이 회복되고 경제가 호전되면 투자는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며 "벤처캐피털이 미래를 보고 투자를 늘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