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글로벌화의 짙은 그림자에 덮여 있다.

글로벌화의 주역인 미국의 경기둔화여파로 불과 한달전까지만 해도 장밋빛이던 세계경제가 돌연 잿빛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최대 이유는 "글로벌화=미국화"의 양상이 짙어진데 있다.

현재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전세계 세계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0%.

지난 92년(26%)보다 4%포인트나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다국적 기업들이 특정지역의 문제를 전세계로 급속히 파급시키는 "악재 전파의 촉매제"노릇을 하면서 "불황의 글로벌화"고리는 견고해졌다.

◆높아진 예측불가능성=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에 ''양호하다''는 건강진단서를 발부했다.

"미국의 경기호조,유럽의 건실한 경기상승세,아시아의 회복 본격화 등으로 전세계 대부분이 성장률 상승을 누릴 것"이란 내용이었다.

그러나 세계 경제는 불과 한달만에 침체를 우려할 정도로 나빠졌다.

미국의 3·4분기 성장률은 2.2%로 추락하고 2·4분기에 3.2%였던 유럽 성장률도 3·4분기에 2.8%로 떨어졌다.

◆그린스펀의 실수 한번에 멍드는 세계경제=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작년 6월부터 올 5월까지 여섯차례에 걸쳐 총 1.7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하자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도 따라나섰다.

유럽은 이 기간 금리를 2.25%포인트 올렸고 경기가 안좋은 일본도 0.25%포인트 인상했다.

문제는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고유가 변수''를 과소평가했다는 점.유가가 오르자 소비자들은 돈쓸 맛을 잃었다.

기업실적 악화와 증시 폭락도 뒤따랐다.

◆기업실적악화 도미노=미국의 필름 및 카메라업체인 이스트만코닥이 매출상황 악화의 신호를 감지한 것은 지난 9월말이었다.

고유가에 따른 유럽과 아시아의 소비둔화가 주된 이유였다.

두달여만인 12월 초엔 4·4분기 순익전망을 당초 예상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야 할 정도로 매출하락 속도가 급격했다.

프랑스의 자동차부품업체인 발레오는 2000년 영업마진 타깃을 올린 지 두달만에 수익실적둔화 경고를 발표해야 했다.

미국의 수요둔화 탓이었다.

닛산의 카를로스 공사장도 성공적인 구조조정의 샴페인을 터뜨린 지 두달만에 "미 경기침체가 닛산의 실적유지를 불안하게 하는 최대 리스크"라고 밝혔다.

◆외자조달 난관에 부딪친 아시아 기업들=''신흥시장''이란 이유만으로 어느 정도 외자를 확보할 수 있었던 아시아 기업들의 호시절은 막을 내렸다.

투자자들은 이제 국적에 상관없이 업종별로 전세계 기업들을 비교하고 있다.

아시아 기업들이 선진국 기업들과 자금유치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따라 아시아기업 중 극소수의 우량기업에만 자금이 몰리는 외자유치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전개되고 있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