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량 경영에 들어간 IT(정보기술) 업계가 ''대량 감원과 구인난''이라는 ''모순된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IT벤처 중심지 테헤란밸리(서울 테헤란로)에서는 인력 감축과 동시에 쓸만한 인력을 찾아 해외로 나서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이같은 인력 수급 불균형이 정부의 ''벤처 주도형 경제 부흥'' 정책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테헤란밸리의 2천여개 IT벤처업체 가운데 자금난으로 인력 감축을 진행중인 곳은 줄잡아 1천여개.

그나마 사정이 괜찮은 드림라인이 40%를 감원했으며 후이즈(도메인) 디지토닷컴(메시징) 코스메틱랜드(여성포털) 등 분야별 선두업체들도 30% 이상의 인력을 줄였다.

감원이 이어지면서 극심한 구인난을 겪던 IT 인력시장은 일단 안정세로 돌아서 피부로 느끼는 수급상황은 최근 공급 초과를 보이는 것으로 리크루팅 업계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고급 인력의 절대적인 부족.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당장 4만3천여명이 부족하며 이중 석.박사급(2천여명)을 포함한 학사급 이상 중견 인력 부족분이 4만명에 이르고 있다.

또 2005년까지 대졸 이상 전문인력만 13만2천여명이 모자라고 이 가운데 핵심 인력으로 분류되는 석.박사급이 1만명 이상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같이 실제 인력시장의 분위기와 통계 수치간의 차이는 배출 인력과 필요한 인력 규모가 크게 어긋나기 때문이다.

자연히 사람이 없는 분야의 전문가 몸값은 크게 치솟아 자금이 여의치 않은 IT벤처 기업들이 채용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권남훈 KISDI(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설명했다.

여기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즉시 활용 가능한 3∼4년 이상의 경력직 엔지니어를 원하고 있어 초급 및 고급인력간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현재 IT 인력시장에 나와 있는 인력의 55% 정도가 대학이나 전문학원을 갓 나온 사람들이지만 업체들은 하나같이 숙련된 경력직을 요구하고 있다고 온라인 리크루팅업체들은 전하고 있다.

EDI(전자문서교환) 업체인 이포넷의 이수정 사장은 "1~2년차 인력은 많으나 정작 바로 쓸만한 전문 인력은 없어 채용을 못하고 있다"며 "이는 업계 전반의 고충"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무선인터넷 포스트PC 위성방송 등 최근 뜨고 있는 핵심 IT 분야에서는 전공자 자체를 구하지 못해 일부 업체들은 사업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경기침체 국면인데도 불구하고 위성방송 등 특정분야의 고급인력 몸값은 1억원(연봉)을 넘어서고 있다"(헤드헌팅 업체인 HT컨설팅의 이해길 사장)

문제는 이러한 기형적인 IT 인력구조가 당분간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IT인력 육성에 나선게 지난해여서 인력 배출시기는 2~3년은 더 기다려야할 처지다.

그러나 고급 인력 교육체계가 여전히 갖춰지지 않아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등 극히 일부 대학원만 IT 정규과정을 두고 있을 정도다.

정부는 현재 연간 21만여명의 IT 배출인력중 85% 이상이 전문대 이하 인력이어서 앞으로 고급 인력난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따라 단기적인 대안으로 해외 인력유치와 국내 IT인력 공유제를 도입하고 장기적으로는 실전 교과중심의 대학및 사설 교육을 크게 늘려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철수.김태완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