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企協 對北경협사업단장 ''박기억'' 디아이 회장 ]

"북한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전력 등 부족한 인프라만 타박할 게 아닙니다.

그쪽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투자하면 되는 거예요"

이달 초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대북경협사업단장으로 북한을 7일간 방문했던 박기억(75)디아이 회장.

그는 "북한 경제는 지난 70년대 초 한국 상황과 비슷하다"며 "우리도 그땐 그랬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북한의 약점만 볼 게 아니라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면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투자 유망분야는 역시 임가공.

"북한 사람들의 손재주는 뛰어납니다.

그곳에서 7년째 양복을 임가공하고 있다는 일본 기업인을 만났는데 대단히 만족해 하더라고요"

박 회장은 "북한 당국도 남한 기업의 투자유치에 매우 적극적"이라며 한국의 유휴설비를 이전해 임가공을 하면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북한에서 석재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70∼80년대에 석재사업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에서 화강암을 채석해 묘비석을 만드는 사업을 하기로 했다.

이번 방북때 삼천리총회사와 자신의 고향인 평남 강서에 공장을 짓기로 합의했다.

"석재 사업으로 큰 돈을 벌 생각은 없어요.

고향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석재공장 근로자는 강서 사람들을 70%이상 쓰도록 북측과 합의도 했지요"

박 회장은 내년 1월 다시 북한을 방문해 공장설립을 위한 최종 계약을 맺기로 했다.

박 회장은 이밖에 북한의 고급 기술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중이다.

디아이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장비나 정보통신과 관련된 대북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

"북한에는 우수한 엔지니어나 과학자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본격적인 북한 투자를 준비하고 있어요"

중견기업연합회 남북경협특위 위원장이기도 한 박 회장은 1955년 창업해 매출 2천억원 규모의 반도체 장비회사인 디아이를 키워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