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서는 기업의 효율성 향상의 필수영양제로 부상한 ''다면평가제''의 효과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3백60도 평가제''로도 불리는 이 제도는 직속상사 동료 부하 고객 등 상하수평 관계에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들의 의견을 종합해 직원들의 업무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입체평가를 통해 직원들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여기에 맞는 동기 부여로 업무효율성을 최대화하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이런 장점 때문에 다면평가제를 도입하는 미국기업들이 늘고 있다.

인력 컨설팅업체인 윌리엄 머서가 최근 2백3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개중 2개 기업꼴(65%)로 다면평가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5년 조사때의 40%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다면평가제의 효과가 인기에 못 미친다는 점이다.

최대 문제점은 ''하향평준화''.

다면평가는 대개 ''익명''으로 이뤄진다.

일부 직원들은 이 점을 악용,동료의 능력을 깎아내리는 기회로 삼고 있다고 저널지는 지적했다.

경쟁자인 동료의 연봉인상이 소폭에 그치면 상대적으로 자신의 연봉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뉴욕의 한 마케팅회사 수석 부사장도 그런 경험을 했다.

그는 몇주전 독선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 이후 직원들과 대화시간을 더 많이 갖고 있다.

자연히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부작용이 따랐다.

그는 "대다수의 직원들이 독선이란 단점보다는 강력한 리더십에 훨씬 높은 점수를 주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전제한 뒤 "누군지도 모르는 일부 직원들의 지적 때문에 오히려 비효율적인 방향으로 퇴보경영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강한 리더십의 관리자가 능력없는 민주적 매니저보다 낫다는 통설을 감안하면 그의 호소는 설득력이 있다.

레빈슨연구소의 제럴드 크레인스 소장은 "다면평가제가 인기대회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평가업무 과중''도 다면평가제의 단점이다.

직원 1인당 평균 20명 이상을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가작업을 하느라 진이 빠질 정도"(컨설팅업체인 에너게이지마리에타의 제롤드 마클 컨설턴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다면평가제가 외근직원이 많거나 팀제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에서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어느 상황에서나 효과를 발휘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란 게 이들의 결론이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