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자금의 한국벤처기업에 대한 본격적 투자 움직임은 한국의 어려워진 여건을 십분 활용, 싼 값에 정보통신(IT) 분야 등 한국 유망 벤처기업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들은 일본시장과 연계성이 높은 분야에 큰 관심을 보여 투자수익과 일본 시장 공략이란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에서도 벤처창업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펀드조성 등 자금을 모으는데 쉬워졌다는 점도 한몫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JAFCO, 아펙스 그로비스, 디브레인 시크리티스, 테크팜 아시아벤처스, 수미세이캐피털, GMB 창업투자, 도쿄 중소기업투자육성, MTB 캐피털, 일본 아시아투자 등 대형 벤처캐피털이 한국 벤처기업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 =한국 벤처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파파빈의 윤재경 사장은 "증시 침체 등으로 국내 우량벤처기업들이 크게 저평가돼 있다"며 "일본 벤처캐피털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중 하나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중금리가 1%대 안팎으로 머물러 투자수익률이 턱없이 낮은 일본의 금융시장 여건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다 높은 수익을 찾아 일본의 거대자본이 한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한국 유망벤처기업들이 일본 투자가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있다.

한국의 기술력과 일본의 자본력이 만나는 전형적인 ''윈윈 전략''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 이미 진출한 소프트뱅크 트랜스코스모스(TCI) 히카리통신캐피털 등도 올 하반기 이후 주춤했던 한국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어떤 분야에 진출하나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최근 11개 일본 벤처캐피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곳이 정보통신 분야에 중점 투자하겠다고 응답했다.

아키야 마사야스 GMB창업투자 부회장은 지난 15일 서울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일본보다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는 인터넷음성통신(VoIP) 분야를 내년도 중점투자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일본계 자금은 정보통신 뿐만 아니라 바이오 의료관련 업종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일본 벤처캐피털은 직접투자에 따른 지분참여를 가장 선호하고 있다.

목표 투자수익률은 연평균 30%선으로 잡고 있다.

이들은 투자시 최고경영자의 능력과 도덕성을 가장 중요시한다.

신뢰를 중시하는 일본기업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낸다.

일본 벤처캐피털들이 심사에 들어가 실제 투자가 이뤄질 때까지 2~3개월이 걸리며 6개월이상 소요될 때도 있다.

1회 투자규모는 1억~2억엔(약 10억~20억원) 정도이며 투자후 3년정도 지나면 회수를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전망과 유의점 =일본 벤처캐피털의 한국 투자는 앞으로 크게 늘 전망이다.

일본 정보통신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따라 일본에서 적용 가능한 기술을 가진 한국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도 증가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내년초 일본 대형 벤처캐피털인 JAFCO가 한국지점을 설립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한국 벤처캐피털과의 전략적 제휴나 합작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 벤처기업들이 일본 투자를 받기에 앞서 몇가지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자신의 사업모델의 약점을 솔직히 알리고 함께 보완해 나가는 등 일본 투자자와의 신뢰관계를 구축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당장 자금이 필요하다고 일본계 자금을 무조건 받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 고동욱 본부장은 "투자조건으로 경영을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국내 금리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요구할 경우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덕 기자 duke@hankyung.com